행정사무감사가 끝나고 내년 예산안 심사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지방자치의 양 날개인 경기도의회와 집행기관이 ‘견제와 균형’으로 빛나는 시간이다. 행정사무감사는 의회가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소관 사무 전반에 대해 점검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일이다. 지방행정의 공평성, 합법성, 합목적성까지 점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치열하게 준비한 질문 하나가 기존의 관행을 뒤집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정책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집행기관은 소나기를 피해보려는 심정으로 최대한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란다. 의회는 구석구석 숨어 있는 숫자와 행간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며, 정책의 사각지대를 찾으려는 숨바꼭질이 이뤄진다.
올해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는 초선의원들의 열정과 다선의원들의 경륜, 그리고 의원 저마다의 전문성이 돋보였다. 경기도 노동국 감사에서는 노동복지기금 사업을 모든 노동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회계 처리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고, 경기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추진이 숫자에 매몰되는 경향을 지적했다. 교통국 감사에서 경기도형 준공영제를 통해 운수종사자의 인건비 등 처우가 개선돼야 함을 제안했다. 경기도체육회의 성폭력 등 스포츠 인권 침해 방지의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했고, 경기도문화의전당이 해마다 제출하는 서류의 주차면수가 제각각인 점을 들어 도 산하기관의 허술한 자산관리와 회계관리의 집중 점검을 질타했다.
경기도의회는 행정사무감사 즈음해서 도민을 대상으로 사무보조 활동 지원자를 모집해서 운영한다. 이들을 통해서 상임위별로 의원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쟁점사항, 예를 들면 재단 홈페이지 오기(誤記)나 다양성 영화 개봉관의 저조한 실적 등이 감사 지적사항으로 발굴되기도 했다. 행정사무감사에 참여했던 한 분은 저수지 수질오염이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밝혔다. 생활 현장이 곧 정책의 샘터다. 그런 점에서 행정사무감사는 도민과의 중요한 소통 통로이기도 하다.
행정사무감사를 거치면서 의원들의 초췌해진 얼굴을 보니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평의원 시절, 보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속에 서류 더미 속에 묻혀 지내면서도 촌음을 다퉈서 현장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초선의원 시절 한국나노기술원 행정사무감사에서 기술원이 ‘경기도’라는 명칭을 제출 자료에 기재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면서 행감이 중단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사소해 보이지만 잘못된 행정 관행을 바로잡고자 했던 중요한 퍼포먼스였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행정보조인력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지만 농아인들은 한 명도 없음을 파악해서 지적했고,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 예산이 3년 새 10분의 1로 줄어든 것도 찾아내서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밤잠을 설치며 치열하게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해서 변화와 개혁의 원동력을 만들어 뿌듯했다.
그런데 해마다 막바지에 몰려 있는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의를 보면서 지방자치법 및 시행령 개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현행 법령에는 감사를 정례회에만 실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대개 행정사무감사가 실시되는 제2차 정례회에는 예산안 심사가 있다. 만약 감사의 시기가 조정될 수 있다면 지적된 사항들이 이듬해 예산안에 보다 잘 반영될 수 있고, 좀 더 내실 있는 감사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바로, 국회에서의 통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있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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