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동의 경제개혁과 ‘사우디 비전 2030’

중동하면 떠오르는 것은 테러, 전쟁, 자살폭탄 등 부정적인 이미지이며 이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가 석유다. 중동지역 내 국가들의 경제파워는 산유국과 비산유국으로 분명히 나눠지는데 산유국들은 그동안 석유를 무기로 세계경제흐름을 좌지우지해왔다. 그런 중동지역에 변화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바로 산유국들의 경제개혁 물결이다.

카타르는 ‘카타르 국가비전 2030’을 통해 인적자원, 사회, 경제, 환경 등 4대 부문의 개발을 위한 세부 정책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토대로 한국과 에너지, 건설 중심의 양국 협력 관계를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보건, 의료, ICT, 스마트농업 등으로 한 단계 발전시키고 있다. 오만은 국가개발전략 및 경제 다각화 전략인 ‘오만 비전 2020’에 이은 ‘오만 비전 2040’을 발표하고 사회, 경제 등 4대 부문 개발의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아부다비 비전 2030’을 근간으로 관광 및 산업 분야의 민간기업 지원 관련 30개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이며 이를 중심으로 항공, 해양, 식음료, 산업기계 등 6개 핵심산업 육성을 위한 개별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중동지역 경제개혁의 선두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 국가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는 경제다각화를 통한 석유의존형 국가경제 탈피와 정부개혁을 통한 민간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 주축이다. 사우디의 석유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40%가량을 차지하며 재정수입의 70%, 수출 이익의 80%가 석유산업에 의존하고 있어 사우디는 유가 추이에 따른 국가 경제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최근 저유가 추세의 장기화로 작년 GDP의 4.6%였던 재정적자가 올해는 7%에 이를 것으로 국제통화기금은 예측했다.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사우디는 작년 1월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고 공무원의 각종 특권을 줄였지만 유가 하락으로 내년에는 적자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사우디정부는 보고 있다. 또한 사우디 국내총생산 중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사우디는 2030년까지 이를 65%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내년까지 비정부 부문 일자리를 45만 개 창출하고 기존 12.5%에 달하는 실업률을 9%대로 낮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가장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사회로 알려진 사우디가 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일들이 사우디에서 발견되고 있다.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관광비자를 발급하고 극장에서 대중 영화를 상영하고 증권시장에서 외국투자자가 상장사에 지분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등 사우디정부는 일상생활부터 기업 환경까지 곳곳에 있던 제한 규정을 풀고 그간 각 분야에 굳게 닫혔던 문을 열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주로 무슬림들에게만 시민권을 주었던 사우디가 이번 달 5일에는 의약, 인공지능, 재생에너지 분야 등의 외국인 전문가에게 시민권을 주겠다고 발표하며 혁신 인재와 지식인 영입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사우디 비전2030’의 하이라이트는 서울의 43.8배 규모 크기 지역에 조성되는 네옴 프로젝트다. 에너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16개 분야에 특화한 12개 구역으로 구성될 네옴은 독자적인 세금, 사법 체계를 갖춘 특별경제구역으로 조성된다. 이 사업에 5천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으로 약 1천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낼 것으로 사우디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외국 투자금에 의지해야 하는 막대한 예산과 목표 달성 기간이 너무 짧아 일각의 회의론이 있지만 사우디는 지금 커다란 변화의 파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우디의 변화는 중동지역의 변화를 견인하는 큰 의미를 갖기에 ‘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성공을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김수완 한국외대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