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딱풀

참된 우정에 대한 ‘천진난만한 상상’

딱풀

                             - 권지영

종이와 종이를 맞대고

딱 붙여요

떨어지지 말라고

꼭꼭 눌러요

나도 그 애한테

풀칠한 것처럼

꼭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으면

어디든 함께하는

딱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붙었다’는 말은 좋은 의미로 쓰이는 예가 참 많다. 입학시험이나 취직시험에 합격이 됐을 때 우린 ‘붙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친구끼리 항상 같이 다닐 때도 ‘붙어 다닌다’고 한다. 이 동시는 딱풀처럼 좋은 친구가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것도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주문이다. 사람이 일생을 사는 데 친구처럼 소중한 것이 있을까. 어릴 적에도 그렇지만 나이 들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만나는 것만으로도 왜 그리 좋은가. 뭘 얻어먹지 않아도 그저 좋은 사이, 그게 친구란 존재다. ‘딱풀’은 종이와 같은 물건 따위를 붙이는 고체형 품질로 손을 더럽히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동시는 딱풀의 의미를 친구에다 갖다 붙였다. 그냥 좋은 친구가 아니라 ‘딱 좋은 친구’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딱 좋은 친구’가 되려면 내가 먼저 딱 좋은 친구가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아낌과 배려는 필수가 아닐까. 내가 먼저 친구를 위해 참된 우정을 베풀어야만 된다는 암시를 이 동시는 주고 있다. ‘나도 그 애한테/풀칠한 것처럼/꼭꼭 붙어서/떨어지지 않았으면//어디든 함께하는/딱 좋은/친구가 되었으면’. 쉽게 만나 쉽게 헤어지는 작금의 인간관계를 역으로 꼬집는 작품이기도 하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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