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성장률이 올해 2.0%에서 내년 2.3%로 소폭 반등할 것이라고 ‘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을 통해 밝혔다. 올해 전망치는 지난 9월 발표보다 0.1%포인트 낮아졌지만 내년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한 수치다. OECD는 “확장적 재정정책, 완화적 통화정책, 반도체 수요의 점진적 증가가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수입이 줄고 지출이 대폭 늘면서 국가 재정수지는 역대 최초로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정부가 ‘열린 재정-재정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OECD는 빠른 인구 고령화로 인한 미래 복지비용 지출이 큰 폭의 지출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인구 고령화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문제는 저출산과 맞물려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76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4.9%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이미 2018년(14.3%)에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프랑스는 고령사회가 되는데 115년, 미국은 73년, 독일은 40년, 일본은 24년 걸렸지만 한국은 불과 18년 소요됐다.
UN 기준 65세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진입 시기는 더욱 충격적이다. 프랑스 39년, 독일 37년, 미국 21년, 일본은 12년이 소요된 반면 한국은 7년 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라면 65세 이상 인구가 2025년에는 천만 명을 넘게 되고 2060년엔 전체 인구의 40%에 이른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고령화로 인해 경제·사회적 충격이 컸던 일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고령화가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후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고령층의 빈곤 문제, 부양비를 둘러싼 세대 간의 갈등 문제, 고령화 구조에 따른 산업 경쟁력 하락 등 심각하고 다양한 사회문제가 우려된다.
그러나 고령화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대응은 안일하기만 하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운용되고 있지만 고령화 대책보단 저출산 해결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위원회 5대 정책과제 중 고령화에 대한 내용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노인을 수요자로 하는 제품·서비스를 위한 고령친화산업 역시 각 정부부처 간, 정부와 민간과의 소통 부재로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우선 고령화 인력 구조 하에서 향후 경제성장 시스템에 대한 방향성을 수립해야 한다. 기술직 인력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생산성 저하, 신규 진입인력 부족 등으로 전통 제조업에 치우쳐 있는 산업구조가 곧 한계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대폭 낮추고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 및 개인연금 가입을 지원하는 ‘고령인구 증가 대응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고령인구 구조를 감안한 국가 경제성장 시스템을 구축해야 경제 발전과 함께 각종 사회적 갈등과 빈곤 문제, 연기금 및 건강보험료 등 비용문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늙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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