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경제학은 200년 넘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르쳐 왔다. 과연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일까? 이것을 확인하고자 경제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최후통첩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A와 B 두 사람이 게임에 참여한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을뿐더러, 앞으로도 만날 일이 결코 없는 사람이다. 진행자는 A에게 1만 원을 공짜로 지급한 뒤 “1만 원을 둘로 쪼개 B와 나눠 가져라”라고 제안한다. 얼마를 나눠주건 그건 전적으로 A의 자유이다. 그런데 조건이 있는데 파트너인 B가 A의 제안을 거절하면 게임은 무효가 되고 진행자는 1만 원을 회수하여 두 사람은 한 푼도 챙기지 못한다. 수많은 실험 결과 A가 B에게 평균 4천500원을 주고, A가 2천 원 이하의 돈을 B에게 주면 대부분 제안을 거절한다. B가 거절하면 2천 원을 못 받게 되지만 참가자들은 “나는 2천 원 못 받아도 좋으니, 나쁜 놈이 8천 원을 가져가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다”고 보복권을 행사한다. 이 실험 결과로 ‘인간은 이기적이다’를 전제로 한 주류 경제학에 심각한 도전을 안겨주었다. 실험에 따르면 인간은 난생 처음 본 사람에게 기꺼이 불로소득의 45%를 나눠주는 협력적 존재이다. 또 인간은 2천 원이라는 공짜 돈을 포기하면서 정의롭지 못한 결과, 공정하지 못한 분배에 대해서 저항한다.
세계 인구 중 가장 부유한 1%가 전체 부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부유한 5%가 전체 부의 70%를 소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세 사람의 자산을 모두 합치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48개국의 국내 총생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매년 600만 명의 5세 이하 아동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대학살이다. 이런 부의 불공정은 구조적 불의가 있기 때문이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뒤처지지 않고자 안간힘을 다한다. 스펙을 쌓고, 다른 이들이 누리는 것을 다 누리려 한다. 욕망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메우고자 전전긍긍한다. 거대 기술 사회, 거대 소비 사회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안락함과 편리함을 쫓는 이들은 돈을 벌고자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은 줄도 모르고 산다. 숨은 가쁘고, 마음의 여백도 사라졌다. 우정의 기쁨, 공동체 안에서 누리는 평안, 소박한 삶의 즐거움, 아름다움에 대한 경탄, 다른 이들에 대한 존중을 잃은 이들이 너무 많다. 지배적 자리에 서기보다, 낮은 자리에 서서 흉허물없이 어울리며 사는 것, 곁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느끼며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한 삶의 방식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자살자가 있는 연령은 40~50대이다. 이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실업이다. 이런 말이 있다. 일자리가 없으면 설 자리가 없고, 설 자리가 없으면 살 자리가 없고, 살 자리가 없으면 묫자리만 있다. 40, 50대에게 일자리는 삶의 존재감으로 다가가고 있다.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이들에게 너무나 중요하다. 이 40, 50대는 자신의 존재감을 돈의 가치로 평가받았지 다른 것으로 받아 본 적이 없는 세대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숙명론적인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 이 40~50대의 자녀가 청소년들이다. 너무 쉽게 사각지대에 놓이는 현실, 그리고 기회가 부재하고, 안전망이 부재한 현실. 부의 불공정은 구조적인 불의에서 시작된다. 이런 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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