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미 연준)는 지난 10월 30일(현지 시간) 정책금리를 1.75~2.00%에서 1.50~1.75%로 25bp 인하했다. 이는 지난 7월, 2008년 12월 이후 10년여 만에 처음 금리를 인하한 이후 올해 들어 3번째 금리 인하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를 하회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 금리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유럽연합과 일본 등 금리를 더 낮출 여지가 없는 지역은 기존의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고려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10월 24일 물가가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유로존의 기준금리를 기존 수준인 0%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11월부터 월 200억 유로 규모의 순자산 매입을 재개하는 양적 완화 정책(기준금리 수준이 너무 낮아 금리 인하를 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통화공급을 늘리는 정책)도 발표했다. 일본은행도 지난 10월 31일 정책금리를 -0.1%로 동결하기로 하고 필요시 추가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러한 통화 완화 움직임은 여타 주요국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이후 홍콩,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이 정책 금리를 인하했다.
이처럼 주요국들이 통화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를 몇 가지 살펴보면, 먼저 미ㆍ중 무역 분쟁 지속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를 들 수 있다. 지난 10월 11일 중국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약속하고 미국은 대중 관세율 인상을 보류하는 등 부분적 합의가 이뤄지기는 했으나, 지적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제한 등 핵심 사안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은 물론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수출 및 투자 둔화가 나타나는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신흥국의 타격은 선진국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IMF는 지난 10월 15일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3.0%로 내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갈등도 빼놓을 수 없는 리스크 요인이다. 3년 이상 브렉시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영국은 오는 12월 12일 조기 총선을 결정했다. 브렉시트 문제가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아울러 지난 9월 14일 예멘 반군이 사우디 원유시설을 공격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잠재적 불안 요인이다. 이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해 우리나라 정책당국도 상황을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현석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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