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음악사를 얘기할 때, ‘민족주의’, ‘국민주의’ 또는 ‘국민악파’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민족주의 음악(국민주의 음악) 은 한마디로 말하면, 작곡가 나라의 독특한 민속 리듬과 멜로디가 들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의가 내려진다면 물론 모든 작곡가가 민족 음악가가 될 수 있겠지만, 이 시대의 중요한 점은 작곡가의 ‘의도적’인 시도이다. 자기 나라의 특수한 성격, 농민의 춤, 서민들의 노래, 역사적인 사건 등을 자신의 음악에 의도적으로 표현할 때 그것이 바로 민족 음악인 것이다.
19세기에 널리 퍼진 낭만주의로 인하여 유럽 사회에는 인간의 본성이나 개인의 느낌과 생각이 전보다 더 존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평범하고 소박하며 세련되지 않은 보통의 사람이 전형적인 인간으로 여겨졌고, 낭만주의자들은 그러한 사람을 이상적인 인간이라고까지 생각하였다. 낭만주의자들은 사람들의 삶이 문명화의 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는 결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래서 소박하고 평범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제 예술가들은 과거에 거의 손대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작품 소재의 가장 소중한 근원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국민주의 음악 운동이 일어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
19세기에 국민주의 음악이 일어나게 된 또 하나의 원인은 정치적 국민주의의 발생이었다. 이탈리아와 독일이 건국되었고, 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이제 전쟁은 과거와 같지 않아서, 왕을 보위하기 위한 전쟁, 군인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한 전쟁, 나라의 모든 젊은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되는 그런 전쟁이 되었던 것이다. 음악에서 국민주의 운동은 아마 그런 정치적 갈등이 없었다 할지라도 일어났겠지만, 그러한 정치적 상황이 국민주의 음악을 부추긴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한 성격으로 볼 때 국민주의 음악과 민족주의 음악은 같은 내용의 음악으로 ‘국민악파(Nationalist School)음악’이라 한다. 국민악파 음악은 낭만파 후기에 싹터서 러시아,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여러 나라를 중심으로 형성된 자국의 국민성을 강조한 음악으로, 유럽 시민 혁명기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주로 슬라브 민족이 주가 되었던 것처럼, 대표적인 작곡가로 러시아의 글린카를 비롯하여 러시아 5인조 큐이, 보로딘, 무소르그스키, 발라키레프, 림스키 코르사코프와 체코의 스메타나, 드보르작, 노르웨이의 그리그,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헝가리의 바르톡 등이 있다.
이 시대 음악도 내용이나 기법상에 낭만파 음악의 연장이라 할 수 있는데, 낭만파 음악가 중에서도 민족의 색채를 담은 곡을 작곡한 사람들을 국민악파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정승용 지휘자•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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