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원혜욱 초대 인천시 공론화위원장

“인천의 공공 갈등 예방을 위해 시민의 중지를 잘 모으겠습니다”

▲인하대 원혜욱 부총장

우리 사회에 공론화(公論化)라는 단어가 깊숙이 자리 잡았다. 공론화는 사전적 의미로 ‘여럿이 의논하는 대상이 되거나, 또는 그렇게 됨’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다. 정부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많은 국민이 함께 깊이 생각해 충분히 의논하는 ‘숙의’ 과정을 거쳐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이 단어를 쓴다.

인천시도 민선7기 들어 본격적인 공론화 시대에 돌입했다. 인천의 중요 정책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창구로 시민공론화위원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상설 기구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이다.

그리고 이 공론화위원회를 이끌 초대 위원장은 원혜욱 인하대학교 대외부총장(57)이 맡았다. 원 위원장은 공론화 모델 설계와 토론회 등 진행 전반은 물론 시민의 의견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특히 그는 공론화 과정과 결과 등을 투명하게 추진하며, 수시로 시민 앞에 서서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원 위원장은 “초대 인천시 공론화위원장이라는 자리에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며 “다만 인천의 대학에 몸담고 있으면서 지역의 공공 갈등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공론화위원회가 인천시민의 생각이나 의지를 모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이것이 결국 인천 발전으로 이뤄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 인하대_원혜욱 부총장 (4)
▲ 인하대_원혜욱 부총장

■ 공론화위원회의 역할은?

현재 주요 공공정책 수립과 시행과정에서 세대 및 지역, 계층 간 다양성과 복잡한 이해관계의 차이로 공공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기준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인구 스트레스 등을 포함한 사회갈등 요인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위로 매우 높다. 하지만 이 갈등을 해소하고 관리하는 사회갈등 관리지수는 27위로 낮다. 또 갈등 해소 성과를 평가하는 효과성 지수는 34개국 중 21위에 그치는 등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은 저조한 편이다. 이 같은 사회적 갈등은 우리의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관점에서 사회 갈등은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론화위원회는 갈등을 예방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공론화위원회는 정책 결정 이후에 이미 발생한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이 아니다. 정책 결정 이전에 모든 시민의 의견을 모아 효과적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등 갈등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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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하대_원혜욱 부총장

 

■ 공론화를 하면 그 효과가 있나?

분명히 효과가 있다. 공공토론 과정에서 정책에 시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다듬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난 2002년부터 국가공공토론위원회를 법적으로 규정,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우리의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기능이다. 국내에선 지난 2017년 신고리 5·6호기나, 대학입시제도 등이 사안별로 공론화 과정을 거친 적이 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국가 중요 현안과 관련한 정책이나 사업은 전 국민의 공공토론을 일정기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투명한 정보제공과 공론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대통령 직속위원회로서 계속 활성화하고 있다. 3억 유로(약 4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는 정부 사업은 기본적으로 공공토론을 한다. 공공토론에 부친 사업 계획 중 70% 이상이 원래 계획을 수정했고, 심지어 토론과정에서 백지화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공공기관과 시민 간 신뢰도 높아지고,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거나 혹은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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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하대_원혜욱 부총장

■ 인천시 공론화위원회만의 특별한 의미가 있나?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상설 운영하는 점이 특별하다. 공론화장이 365일 항상 문이 열려 있는 셈이다. 만약 평소엔 닫혀 있다가 가끔 필요할 때만 연다면 시기적으로 늦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갈등이 빚어진 뒤에 움직일 수밖에 없다. 즉 상설 운영이면 갈등 예방, 공론화위원회의 목적에 맞게 운영이 가능하단 이야기다.

특히 관련 조례 등 법적 기반도 있다. 시는 지난 1월 ‘인천시 공론화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이를 근거로 분기별 1차례씩 정례회의를 연다. 물론 사안이 생기면 수시로 열 수 있다.

이 같은 인천만의 공론화 절차가 만들어진 만큼, 시민이 공론화를 통해 정책 방향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듣기로는 많은 다른 지자체와 정부도 우리 공론화위원회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한다. 부담이 있긴 하지만, 올바르게 공론화위원회를 이끌어 우리나라의 모범 사례를 만들고 싶다.

■ 첫 의제가 자체매립지다. 결정 배경은?

지난 10월 1일 공론화위원회에서 선정한 의제는 ‘친환경 폐기물관리 정책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 공론화’다. 이는 현재 인천시가 추진할 정책 현안 중 인천시민 전체의 공공이익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이다. 오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시기를 대비해 인천시민 대다수의 동의와 합의 없이는 추진할 수 없는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에 공론화위원 대부분이 이견 없이 결정했다.

환경기초시설 입지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자체매립지 조성을 위한 방법과 절차, 기준을 정하는 과정 등 전체적인 사항에 대해 투명하고 공정한 민주적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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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하대_원혜욱 부총장

■ 자체매립지 의제와 관련해 공론화 과정은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지.

공론화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론화위원 중 4명을 주축으로 한 공론화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한다. 공론화 모델설계와 추진위원회 구성에 대한 사전 준비를 진행 중에 있다.

이후 준비위원회가 논의한 공론화 프로세스와 추진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의 결과를 11월 중 공론화위원회에서 최종 심의해 의결한다. 이러면 12월 중 공론화추진위원회 구성 등 세부적인 과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공론화추진위원회는 구성한 날로부터 90일에서 최장 150일간 여론조사와 시민참여단 모집, 토론회 개최 등 숙의 과정을 거친다. 이후 2020년 상반기 중 최종 권고안이 나오게 할 예정이다.

그리고 현재 인천연구원이 하는 연구도 공론화위원회 일정을 고려해서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칫 공론화위원회에서 최종 결론 내지 못한 상황에서 그 연구 결과가 나오면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공론화 절차를 속도 내려 한다.

■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과의 갈등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공론화위원회 및 공론화와 관련한 모든 진행과정과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함을 원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모든 시민에게 공개하는 사항인 만큼, 공론화위원회에서도 인천시민의 공익을 위해 책임감 있게 활동할 것이다. 인천시가 최종 권고안을 자체매립지 등 공공정책에 최대한 반영하도록 역할을 하겠다.

또 조례상 공론화위원회 구성 시 시장이 지명하는 공무원의 수는 20%를 넘지 못한다. 대부분 갈등전문가와 시민단체를 대표자로 구성하고 있다. 즉 시장의 정책 방향이 공론화위원회 논의 과정에 크게 개입하지 못하고, 순수하게 시민 의견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론화위원회와 공론화추진위원회를 분리 운영한다.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의제 선정을, 별도로 꾸려진 추진위원회는 공론화를 진행한다. 각각 사안에 적합하게 운영하는 만큼, 위원회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 공론화위원회에서 추가적으로 다룰만한 안건이 있다면?

아직 검토 중인 사항은 없다. 공론화위원회 운영 세칙에는 인천시 홈페이지 시민청원을 통해 6천명 이상의 시민이 공감한 사항, 지방자치법에 따라 인천시의회에서 의결한 사항과 시장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사항 등 3가지를 심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번 ‘친환경 폐기물관리 정책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 공론화’ 의제는 시장이 요구한 사항이다.

공론화위원회에선 운영 세칙의 심의 대상 중 인천시의 주요정책과 관련한 사항이라면, 인천시의 공공이익과 사업의 규모와 지역의 관심도 등을 기준으로 공론화 추진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

 

■ 앞으로 공론화위원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예정인가?

‘공론’은 사전적으로 ‘여럿이 함께 논의’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단순한 여론과는 차이점이 있다. 정책 결정과 추진에 있어 함께 모여 논의하는 숙의 과정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시민 참여 방식이다.

이에 따라 성공적인 공론화를 위해서는 어떤 현안이나 정책에 대한 다양하고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시민들의 참여와 의견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한다.

이를 위해 공론화위원회는 조사 및 교육 등의 숙의과정, 시민대토론회 개최 등 공론화와 관련한 모든 과정을 공개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 할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인천시민을 대신해 공론화 과정을 모든 시민에게 공개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민우기자

■ 원혜욱 인천시 공론화위원장 프로필

▲ 나이 : 57세

▲ 출생 : 서울

▲ 학력

- 이화여고 졸업

-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졸업

- 독일Frankfurt대학교 대학원 졸업(형사법 석사·박사)

▲경력

- (현)인하대 대외부총장(로스쿨 교수)

- (현)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위원

- (현)경찰청 인권위원

- (현)인천지방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

- (현)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정보공개심의위원

- (전)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

- (전)법무부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심의위원

- (전)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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