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동, 한국 의료에 매료되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왕족 가문의 한 남성이 오토바이 사고로 부상을 당한 뒤 현지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수술 후유증 발생시 책임에 대한 우려로 현지 병원의료진이 수술에 난색을 표하자 왕실담당 사무실은 이 환자를 현지 UAE우리들병원으로 옮겨 수술에 들어갔고 이 왕족 남성은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은 후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올 6월 말 현재 해외 진출 국내 의료기관 수는 15개다. 국내 의료기관 중에서 서울대병원, 우리들병원, 보바스기념병원 의료진이 중동지역에 진출해 있다. 중동은 해외 병원의 진출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격전장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존스홉킨스병원, 독일 사우디 게르만병원, 영국 킹스칼리지 등 글로벌 병원들이 아랍에미리트나 사우디아라비아에 직접 병원을 개설했고 국제적인 의료기관들이 연락사무소를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의료기관들이 중동으로 몰리는 것은 오일머니를 앞세워 중동 국가들이 의료시장 육성과 함께 해외 유명 병원 유치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동은 경제력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반면 운동부족과 기름진 식습관으로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순환계 질환 발병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연간 약 63만 명의 중동환자가 의료관광으로 해외에서 약 7조 원가량을 지출한다. 국내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뛰어난 의료기술과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비용으로 최근 수년간 한국은 중동환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했다. 올 상반기 1~6월까지 중동 의료관광객이 국내에서 지출한 1인당 평균 진료비는 2천300만 원이었다. 이는 2017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전체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199만 원의 약 12배, 내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145만 원의 약 16배 수준이다. 중동 의료관광객 한 명이 지출한 최고 진료비는 5억 6천만 원이었으며 1억 원 이상 진료비를 지출한 중동 의료관광객은 전체 환자 수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중동 의료관광객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알려진 의료관광 시장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지역은 지금 정부차원에서 의료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 6월 이란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를 개최했고, 사우디는 지난달 수도 리야드에서 사우디 2019 사우디 의료전시회를 개최했다.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에서는 지난 3월 의료전시회를 개최하여 중동,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참관객 총 3만 3천여 명을 유치했고 쿠웨이트는 지난 4월 2019 Arab Medical Travel & GULF Health 콘퍼런스를 개최해 헬스케어, 의료시설, 의료관광 등에 관한 지식공유, 비즈니스 기회 및 해외진료 정보 교류의 장을 열었다.

헬스케어 시장은 2016년 620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8.7% 성장해 2021년 940억 달러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연 22조 원에 달하는 중동 의료관광 시장은 국내 의료서비스의 세계화와 국내 의료기관 및 의료진의 해외진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중동 의료산업 및 의료관광 시장에서 한국이 더 많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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