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국가 위해 고귀한 희생… 질 높은 보훈 서비스 온힘”
“한평생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이 남은 삶을 편안하게 보내는 것, 그게 바로 보훈원 가족으로서 단 하나의 소망입니다”
보훈원은 약 6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국가를 위해 희생했으나 몸을 의탁할 곳이 없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 보훈기관이다.
3ㆍ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호국정신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들에 대한 보훈ㆍ복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에 보훈원의 수장으로서 국가를 수호하고자 고귀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유공자가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최대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김재승 보훈원장(59)을 만나 국내 대표의 보훈기관을 이끄는 감회와 보훈원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Q. 보훈원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A. 보훈원은 지난 1963년 1월 수원시 장안구 광교로 일대에 건립돼 6ㆍ25전쟁 당시 전사한 국가유공자의 미성년 자녀와 미망인, 노령 부모 등을 국가에서 돌보고자 마련됐다. 즉 무의탁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을 돌보기 위한 국가보훈시설로, 당시 직업 재활과 생활이 모두 가능한 ‘종합양호원’이란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후 국가보훈처에서 운영하다 지난 1993년 4월부터 국가보훈처 산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운영을 관장하게 됐으며, 양로ㆍ양육보호 업무와 함께 1996년 7월부터는 무주택 국가유공자를 위한 임대아파트 형태의 보훈복지타운도 운영 중이다.
양로시설은 지하 1층ㆍ지상 3층 건물로 연면적 1만341㎡로 약 200여 명이 생활할 수 있는 규모다. 보훈복지타운에는 7개 동 452세대(단독형 240세대ㆍ부부형 212세대)규모로 현재 37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입소자격은 만 65세 이상 부양의무자가 없는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사회복지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시설관리자 및 행정직원 등 90여 명이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양로시설의 경우 전액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복지타운은 입주보증금과 공과금 등 실비만 입주자가 부담하고 있는 국가보훈 복지시설이다.
Q. 보훈원이라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자신만의 운영 철학이 있다면.
A. 현장에서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잘 돌보는 것이 주된 임무기에 운영철학이란 표현은 조금 어색하다. 평소 소신을 말한다면, 어르신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당신들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어르신들이 가장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이를 위해 언제든지 편안하게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끔 대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애쓰고 있다.
또 우리 직원들에게는 프로정신과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시와 통제로 운영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보고 개선하는 업무자세가 자기 업무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생긴다고 본다. 따라서 각자가 맡은 소임을 잘 주지하고 해야 할 일들을 스스로들 찾아서 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지원하는 노력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이밖에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 등 지역사회와의 적극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자 노력 중이다. 유휴 부지 공원화나 주차장 개방 등과 같은 일들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지역사회에도 편의를 제공,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향후 보훈관서와 수원시, 경기도시공사 등 공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지역사회 발전도 모색할 수 있는 교류방안을 찾아 협조할 계획이다.
Q. 올해 3ㆍ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았다. 관련 국가유공자가 보훈원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A. 아시다시피 올해는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해다. 우리 보훈원에서 생활하는 어르신 한 분 한 분 모두가 국가를 위해 피를 흘리신 귀중한 분들이지만, 특히 안중근 의사의 외손녀인 황은주 어르신은 임정 수립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안중근의사숭모회의 적극적인 관심에 힘입어 보훈원에서 건강히 생활하고 있다. 고령이긴 하지만 건강도 괜찮은 편이다. 지난 8ㆍ15 기념 청와대 초청 오찬 행사에도 참여해 대통령과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또 광복군으로 활동한 이영수 애국지사도 보훈원 내 복지타운(아파트)에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이 어르신은 과거 일제강점기 광복군 3지대에서 군자금 조달, 학도병 귀순 등의 임무를 맡아 활약했다. 당시 이 어르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회상하는 걸 보면 고령임에도 강건함을 느낄 수 있다.
Q. 3ㆍ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보훈원에 대한 봉사와 관심도 증가한 부분이 있는지.
A. 매년 각 부처 장관과 경기도, 수원시, 보훈단체장들이 위문하고 어르신들의 생활상을 둘러보고 간다. 특히 올해의 경우는 많은 일반인과 기업 등에서도 보훈원을 다녀간 해였다.
이 중에서도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방문은 현역 해병대 병장 이승혁군이 위문했던 일이다. 본인의 월급을 아껴 모은 100만 원을 보훈원까지 직접 찾아와 기부했다. 보훈원의 책임자로 있으면서 국가유공자 섬김을 잘하고 있었는지 최선을 다해왔는지 30여 년 동안 국가보훈업무에 근무한 자신을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평소에 젊은 세대가 보훈정신이 약하다는 우려도 많이 했었는데 그런 걱정도 말끔히 지우는 계기가 됐다.
Q. 보훈원 차원에서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관련 기념사업 등을 추진한 게 있다면.
A. 여건상 자체적으로 행사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니어서 별도의 기획은 없었다. 다만 경기남부보훈지청과 ‘자라나는 세대의 재능기부를 통한 보훈가족과 따뜻한 동행’ 프로그램을 기획, 청소년들에게 보훈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노력 중이다. 이와 별개로 올해는 건강관리에 역점을 두고 경기도의료원, 보훈공단 위탁병원관리단의 도움을 얻어 전문 의료인이 참여한 가운데 건강관리 강좌를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 강좌는 특히 어르신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낙상과 치매예방에 대한 교육도 주기적으로 실시해 예년보다 발생 빈도를 낮추고 있다.
이밖에 지역병원 이용 시 입원 수속 간소화, 봉사자를 활용한 간병 지원 등을 추진하고자 현재 수원시와 유관병원 등과 협의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되면 보훈원의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의 진료 편의가 강화할 것으로 본다. 이런 지역사회와의 협력은 국가보훈에 대한 의식 강화는 물론,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크게 이바지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Q. 마지막으로 보훈원장으로서의 소통 방식과 기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A. 평소 해왔던 대로 투철한 직업의식과 자율을 강조하고자 한다.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에 종사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확률이 높다. 특별한 동기부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전문 교육기관에서 실시하는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해 스트레스 해소와 재충전의 기회를 가져, 좀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사기관이나 다른 복지시설과의 현장 견학을 강화해 우리 기관의 모습을 스스로 돌이켜보며 장단점을 찾아보는 등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
또 보훈원 내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에게는 스스로 자존과 긍지를 지닐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는 기회를 자주 갖고자 한다. 많은 어르신이 함께 생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건 어려운 도전이다. 따라서 자치기구 활성화를 통해 어르신들이 스스로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특히 정기적인 개별 상담, 생신축하연 등 개별 접촉을 통해 어르신 생활에 불편이 최소화하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우리 보훈원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의 존엄을 지키고, 편안한 여생을 지원하고자 시설 개선과 자원봉사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자 한다. 노후시설 개선은 고령의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지내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재능 기부나 봉사 또한 절실하다.
보훈원에 대한 경기도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기대하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어르신과 유가족 등의 편안한 여생을 위해 보훈원 역시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채태병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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