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다음 달 3일 개막한다. 12일까지 열흘간 부산을 영화의 열기로 가득 메울 예정이다.
개막작은 카자흐스탄 감독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의 <말도둑들. 시간의 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24번째로 어엿한 성인이 돼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BIFF의 뉴 커런츠상을 받은 신인 감독이 성장해 다시 BIFF로 돌아왔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을 다케바 리사 감독과 공동연출한 카자흐스탄의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은 2015년 ‘호두나무’ 로 뉴 커런츠 상을 받았고, 폐막작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은 2016년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뉴 커런츠 부문 넷팩상을 받은 바 있다. 성년이 돼 새로운 도약을 하며 세계영화인들의 축제로 거듭나는 부산국제영화제. 주요 화제작은 무엇일까.
■거장들의 행렬…비판의식과 높은 완성도는 덤
세계적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회 상영이 매진되면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모국어로 연출하지 않은 첫 번째 작품이다.
지난 8월 말 열린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첫 씬부터 마지막 씬까지 고급스러운 위트와 자신감, 활기가 있고 여러 경계를 넘나드는 놀랍도록 부드럽고 완성도 높은 영화” 등의 극찬을 받았다. 세계적인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가 출연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도 선정됐다.
<빵과 장미>로 유명한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쏘리 위 미스드 유>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남자주인공 리키가 택배회사에서 임시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한 뒤 그와 가족들이 경험하는 삶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이미 한계를 뛰어넘은 택배량과 끊임없이 울리는 호출 신호는 리키에게 노동자로 누릴 최소한의 자유와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리키의 운송업을 위해 차를 포기한 사회복지사 아내는 매일 고된 출근을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며 겉돌게 된다. 가족의 삶이 황폐해지는 구조를 들여다보며 자본주의와 노동을 통렬히 비판한다.
폐막작인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는 서로 아끼고 가여워하는 사람들이 부드럽게 연대하며 새로운 일상을 꾸리는 과정을 담았다. 배우 김희애가 오랜만에 스크린 주연을 맡았다. 임대형 감독의 데뷔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2016)의 담담함과 차분함을 닮았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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