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방탄소년단과 사우디아라비아

방탄소년단이 오는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7만 명 수용 가능한 킹파흐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단독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 가수로는 방탄소년단이 최초로, 한류문화 확산에 획기적인 한 획을 긋게 되는 것이다.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심장부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인구 3천300만 명의 중동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한 가장 보수적인 수니파 이슬람국가의 종주국이다. 여성 억압과 인권탄압의 상징이 되어 버린 나라 그러나 세계원유생산량 3위, 석유수출국기구 OPEC의 중심, 걸프협력회의 GCC를 주도하며 석유로 세계경제의 흐름을 주도해왔던 나라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이다.

중동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1세 이상 여성들은 이제 남성보호자의 허락 없이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독자적으로 자녀출생신고, 결혼 및 이혼신고를 할 수 있고 여성들이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운전은 사우디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진출과 사회참여를 의미하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의 길도 열리게 되었다. 기존 사우디 비자발급은 이슬람 성지순례나 업무 비자로 제한되어 있었으나 작년부터 관광비자 발급이 시작되었다. 2030년까지 3천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사우디 정부의 계획이며 이를 위해 사우디 정부는 홍해 연안 지역의 리조트 및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 중이다.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사우디의 변화는 스포츠분야에서도 목격된다. 올해 1월 말 사우디는 세계 유명 골퍼들을 초청해 유러피언 투어를 개최했는데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성들의 축구경기장 입장도 허용되었다. 이를 위해 사우디 정부는 제다, 리야드, 담맘 등 3곳의 경기장에 여성 화장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변화의 바람은 문화분야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35년 만에 처음으로 수도 리야드에 상업영화관이 문을 열었다. 1980년 초부터 상업영화 상영 및 영화관 개장을 금지해왔던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350여 곳의 영화관을 개방해 10억 달러의 연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단독콘서트를 개최하고 여성들의 운전과 해외여행을 허용하고 관광비자를 발급하고 스포츠, 문화 분야를 육성하려는 일련의 급진적인 개방과 개혁의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세계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를 넘어서고 셰일 에너지 생산은 사우디의 재정 적자를 악화시켰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의 보급이 늘어나고 중동 외 지역에서 새로운 유전이 발견되면서 사우디 경제 성장률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탈석유화를 위한 경제구조의 다각화를 목표로 한 ‘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30대의 젊고 혈기왕성한 무함마드 빈 살 왕세자가 이끌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때 사우디 유력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지의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던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배후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의혹으로 위기에 처했으나 사우디 구습을 타파하고 석유의존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개혁을 이끌어가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다음 달 열릴 방탄소년단 단독콘서트의 성공적인 개최를 응원한다. 또한 탈석유화 정책을 통한 사회, 경제적 변화를 목표로 한 사우디 개혁 프로젝트의 성공을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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