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뭉치고, 미국 등 돌리고
‘일본 입장 고려 생략’도 실망
독도, 對日 소재 삼지 말아야
우리가 무엇을 얻었나. 우리 땅에서 우리 땅이라 소리친 것뿐이고, 경찰 있는 땅에 군이 잠시 상륙했을 뿐이다. 일본엔 무엇을 주었나. 분열됐던 저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줬고, 기대도 않던 미국의 응원을 얻게 해줬다. 무엇이 잘못인가. 경제로 싸우다가 땅을 꺼낸 게 잘못이고, 우리 화두가 아니라 저들 화두를 띄운 게 잘못이다. 어찌해야 했었나. 눈치 보느라 중단하지 말았어야 했고, 엇각 났다고 흥분하지 말았어야 했다.
애초부터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일본과 싸움의 본질은 경제전(戰)이다. 맞설 무기도 경제여야 한다. 일산 불매운동이 그런 투쟁이다. 일본 제품의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의지다. 일본 기술 따라잡기도 불을 뿜고 있다. 일본이 독점해 온 ‘돔 스위치’가 개발됐다. 그 작은 회사에 온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이런 때 정부가 뺀 카드가 독도 훈련이다. 느닷없다. 경제로 싸움하다가 왜 땅을 들먹이나. 그것도 명백한 우리 땅을 말이다.
일본이 아주 살판났다. 언론들이 좌우 구분없이 집결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사설까지 동원했다. “독도 훈련 한 한국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 국회의원 마루야마 호다카(丸山高)는 ‘전쟁론’까지 폈다. “다케시마가 정말로 협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냐”며 흥분했다. 반한감정도 커졌다. 일본인 67%가 한국 수출규제에 찬성했다. 7월 조사 때보다 9%p 늘었다. 반(反)독도 훈련으로 하나 된 일본이다. 아베만 좋을 일 시켰다.
미국도 뛰어들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직접 밝혔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를 악화시킬 뿐’. 독도에 관여하지 않던 미국이다. 20년 넘는 훈련에도 논평 한 번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뛰어들었다. 국제 사회가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미국이 독도 영유권에서 일본 손을 들었다’고 해석할까 봐 걱정이다. 한미 방위비 협상을 옥죄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그래도 달라질 건 없다. 미국은 독도 훈련에서 일본편에 섰다.
그러면 당당함이라도 챙겼나. 이것도 찜찜하다. 1986년부터 해온 독도 훈련이다. 매년 두 차례씩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4번 했다. 그러다가 중단했다. 이유를 정부가 설명했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 입장 고려’. 결국, 일본 눈치를 봤다는 얘기다. 일본에 더 없이 강경한 정부다. 친일을 청산 적폐 1호로 꼽는다. 그런데 한 켠에서 독도 훈련을 생략해주고 있었다. 국민은 이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이게 당당한가.
훈련 얘기가 나온 건 8월 초다. 그때도 나는 이렇게 썼다. ‘대일 투쟁의 하나가 우리 땅 상륙 훈련인가. 독도 분쟁화의 빌미만 줄까 봐 걱정이다’(2019.8.6. 사설). 일본이 역 이용할 것이라고 썼고, 미국이 우리 편에 안 설 것 같다고 썼다. 20여 일 뒤 훈련이 실시됐다. 상황이 예상대로 갔다. 일본은 ‘다케시마 정신’으로 똘똘 뭉쳤고, 미국 국무부는 ‘비생산적’이라며 딴죽을 걸었다. 아무리 주판알을 튕겨도 남은 게 없다.
이제 훈련은 끝났다. 생각하면 우리 땅에서 한 우리 훈련이다. 더 트집 잡을 생각은 없다. 더 해봐야 일본만 좋게 해줄 일이다. 다만, 한 가지는 일러두고 싶다. 당당한 독도 정책? 그건 우리 방식 대로의 정책이다. 1년에 두 번 훈련하게 돼 있다. 그러면 두 번 해야 한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두 번 해야 한다. 일본에 궁하다고 줄일 필요 없다. 일본에 화났다고 늘릴 필요도 없다. 대한민국 어떤 땅, 어떤 섬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쩌면 누군가 대단한 아이디어라며 내놨을 법한 이번 ‘최대 규모 독도 훈련’. 이제는 이런 교훈이라도 남겼으면 좋겠다. -독도를 대일 외교의 지렛대 삼는 일. 독도를 항일 정국의 소재 삼는 일. 이런 게 다 일본 ‘다케시마 정책’만 도와주는 일이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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