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에 그치면서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인 0.98명으로 떨어졌다. 청년층의 결혼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여성의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급락하고 있다. 올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분기 합계출산율 잠정치는 0.91명으로 이대로라면 올해 출생아 수는 30만 명 선마저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2만 6천800명이다. 1년 전보다 8.7% 줄어든 수치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라고 한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데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평균 1.65명) 중 맨 꼴찌이자 세계 유일의 출산율 ‘0명대’ 국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100년 우리나라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2500년에는 33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자료는 더욱 비관적이다. 2136년 인구 천만 명, 2750년 한국엔 아무도 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세계 유수의 기관, 연구소 역시 한국의 ‘인구 절벽’,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인천은 어떨까? 과거 인천은 서울, 부산 등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합계출산율 1.01명으로 울산(1.13명)과 함께 광역시에선 드물게 1명을 넘겼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가장 낮았고 부산(0.90명)을 비롯해 대구(0.99명), 광주(0.97명), 대전(0.95명) 모두 1명 미만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인천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합계출산율이 거의 줄지 않은 유일한 도시라는 점이다. 인천의 도시 경쟁력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군·구별 편차가 여전히 크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서구, 강화·옹진군 정도를 제외하곤 출산율이 대부분 감소 추세다. 특히 지난해 인천에서 유일하게 0.8명대로 충격을 안겨줬던 계양구의 경우 올해도 여전히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세계를 제패하고 커다란 영화를 누렸던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 스파르타.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정치학(Politics)’에서 스파르타가 거대한 성공을 거두고 난 후, 인구가 서서히 줄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 기원전 4세기 초 스파르타의 인구는 무려 80%나 감소했다. 결국 기원전 146년 스파르타는 멸망하고 마는데 인구 감소가 강대국을 몰락시킨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경제정책 자문위원을 지낸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Todd G. Buchholz)도 번영한 선진국이 쇠락하는 원인으로 가장 먼저 출산율 저하를 꼽고 있다.
국가 경쟁력의 기본은 인구다. 추락하는 출산율과 눈앞에 닥친 인구 감소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저출산 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바보야, 문제는 인구야.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