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으로 간 인천문화재단 혁신위

2004년 지역사회의 애정과 열망 속에 출범한 인천문화재단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쌓여온 여러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위가 지난 2월에 구성되어 운영 중이다. 혁신위 출범 당시에도 여러 잡음을 낳고 재단의 출범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사회의 기대와 열망도 뜨겁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지금까지의 활동은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오히려 시민의 우려를 낳고 있다. 혁신위가 기대하는 만큼의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생생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사공이 많아 혁신위가 산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혁신위는 기본적으로 법적 근거가 없는 임시 기구임을 자각하고 인식해야 한다. 법이나 제도에 의해 전권을 수임한 것이 아니며 정치적으로 출범한 것이다. 인천시장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누적된 인천문화재단의 고질적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방편으로 소통을 강조하면서 혁신위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그 역할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한정하였고 활동기한도 무기한 적이지 않다. 그동안 수차례의 혁신위원회가 개최되고 나름대로 혁신안을 마련하였으나 논의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며 월권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혁신위가 출범할 당시 문화재단의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박남춘 인천시장은 대표이사와 이사 선출방식 개선, 문화재단의 독립방안과 조직개편안 마련, 문화사업의 새로운 방향 설정 등을 혁신방안으로 제시하였다.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동시에 혁신위원을 위촉하고 혁신방안을 주문했다. 그러나 재단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인천시장의 인사권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엉뚱한 논쟁을 이어갔다. 100% 인천시 출연기관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감독 권한마저도 박탈하는 혁신안을 제시하면서 법률적 위반 문제를 낳기도 하여 혁신위 위상과 역할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일부 혁신위원은 재단 이사회 이사로서 위촉을 받고 활동하면서 이사회의 공식 입장을 비판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고집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활동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혁신위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구성하였는데, 특정 개인의 입장을 내세우며 주관적인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논점을 흐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지역사회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수렴하기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정치적인 논쟁으로 이어져 실망을 낳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4일 총 11여 차례 회의를 통해 마련한 혁신안 발표내용을 보면 그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대표이사 선출과정의 투명성 확보 방안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고, 조직구조개선에서도 인적 쇄신 방안은 없이 이기적 내부순환 인사를 제시하고 있으며, 문화 협치를 위해 제시한 ‘시민문화협의회’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혁신위가 초심을 잃고 방황하면서 조직 이기주의에 편승하는 것을 끊어야 할 때이다. 이해당사자에 연연하지 말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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