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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 연구실에 불을 켜라

세계적인 과학자 뉴튼이 1665년 영국 고향집 뜰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자기 앞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툭 하고 떨어 졌다. 그러나 하늘에 떠 있는 둥근 달은 떨어 지지 않았다. 뉴튼은 이 것에 영감을 얻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해 낸 것이 역사적인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뉴튼은 이렇듯 연구에 몰두하면 모든 것을 하나로 집중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에피소드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달걀을 삶는 데 자기 시계를 달걀로 착각하고 냄비에 끓였다는 것.

대전에 있는 대덕연구단지에는 이와 같은 뉴튼의 연구 정신을 이어 받는다는 의미로 ‘뉴튼의 사과나무’가 한 그루가 심겨져 있다. 물론 뉴튼이 만유인력을 발견하는 데 결정적 영감을 주었던 바로 그 사과 나무다. 그것이 종묘로 이어 저 한국에 오기 까지는 5대가 걸렸다.

우리 과학자들 역시 뉴튼 못지 않은 정신으로 열심히 연구를 하며 오늘의 대한민국 발전의 동력이 되어 왔음도 사실이다.

그런데 점차 우리 연구실의 불이 꺼져 가듯,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보도에 의하면 대덕연구단지 25개 국가 출연 연구기관 중 내년과 올해 사이에 528명의 고급 두뇌들이 정년퇴임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듯 많은 고경력자들의 대거 은퇴로 인한 연구 기능 저하와 그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어떻게 보완하느냐다. 정말 국가적 자산인 이들의 연구 경험과 경륜을 사장시키고 단절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인데 그에 대한 활용 시스템은 없다.

우리는 이와 같은 과학인재관리의 허점을 한국 최초의 항공 우주사 이소연 박사에게서도 뚜렷이 본다.

그는 국민세금 265억원을 들여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즈호 (로켓 TMA-12)를 타고 우주를 비행하고 왔지만 그가 근무하던 항공우주연을 퇴사했고 미국으로 건너 갔는데 한국국적을 버리고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일본 후쿠시마 농산물 홍보에 등장,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국내에서는 ‘먹튀’논쟁이 뜨거웠지만 사실 우리 과학기술정책에도 문제가 있었다. 지구 귀환 4년 동안 우주인 관련 연구 4건, 우주과학논문 30건 등의 실적을 보였지만 무려 235회에 걸친 외부 강연, 90회에 걸친 각종 행사 참석에다 TV등 203회에 걸친 매스컴 출연을 소화했으니 언제 연구실을 지키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연구실 불을 끄게 한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인가?

이소연을 강연장이 아닌 연구실을 지키게 했으면 뉴튼의 연구실적 같은 것을 기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요즘 일본이 한국 반도체산업의 핵심 부품수출을 규제를 비롯한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온 나라가 들 끓고 있다. 그러나 분노를 하는 것만으로 위기를 벗어 날 수는 없다.

문제는 소재기술에 등한했던 우리 자신도 돌아 봐야 한다. 일본에 못지 않는 우수한 연구인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주52시간 근무제’를 반도체 연구기관에는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아니, 연구실에는 밤에도 불이 켜져 있는 게 정상이 아닌가. 연구실에 불을 밝히자. 20명 이상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낸 일본을 이기는 길이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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