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남에게 상처주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남의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자기 눈에서는 피눈물이 나올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자 하는 악의적인 행동은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 일본이 우리에게 가하는 요즘의 행태는 그 어느 때보다 악의적인 공격이어서 국민의 분노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개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정부는 당당하고 품격 있게 나아가라’고 했던 한 네티즌의 말이 화제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일본산 불매 운동은 식품의 성분까지 꼼꼼히 따지는 상황까지 가며 나날이 디테일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사람살이에서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어찌하다 보니까, 서로 잘해보려고 하던 와중에 예기치 않은 일도 생기고 견해 차이로도 고민할 수 있다. 그러다가 때로는 싸워야 할 일도 생기고 당장 문제로 보았을 때 ‘나쁜 사람’이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런 것을 인정하고 직장생활을 하면 훨씬 마음이 편안해지고 조바심이 덜 난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 못지않게 자신에게 스스로 상처를 입히는 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싫은 소리, 증명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부당한 대접에 대해서 적당히 둔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화를 내는 일을 감정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일본에 대한 우리의 대처가 감정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프로의 세계에서 할 말은 하는 것이 세련된 자세다. 할말도 못 하고 속으로 끙끙 앓다가 업무에 지장을 가져오면 절대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다. 조직 생활은 아주 치열한 의견 대립도 있을 수 있고 남들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화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당당하지만 품위를 지키며 화를 내는 기술의 디테일이 필요하다.
낮은 목소리, 분명한 의견 표명, 감정을 빼고 팩트만 이야기하며 평정의 감각을 유지하면 된다. 상대가 아무리 목소리를 높이고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고 달려들 듯해도, 내 쪽에서 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어쨌든 일을 하고자 계속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상대라면 낯부끄러운 상황까지 가서는 곤란해진다. 낮고 온화한 목소리로 한결같이 응수한다면 그 영향은 상대에게 바로 미쳐서 그 흥분을 한 단계 낮출 수 있다. 상대가 흥분할수록 나는 더 차분하게 예의를 지키며 대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싫은 소리 안 하고 좋게 넘어가서 해결되는 게 가장 좋지만 ‘나쁜 동료’에 속하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 무슨 일을 둔감하고 쉽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과도하고 잘났다 생각하며 되는 대로 행동하는 이들은 대체로 언변이 좋고 어떤 상황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웅변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러면 그 사람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팩트를 잡는 게 중요하다. 실수와 오류의 패턴을 찾으면 더욱 좋다.
모든 문제 동료가 이와 같은 범주에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아는 팩트를 가지고 접근하면 빠져나갈 구멍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기회를 잡으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참으면서 속만 부글부글 끓일 게 아니라 냉정하게 관찰하고 자료를 모아 준비해야 한다. 참으면서 감정만 키우고 일도 제대로 못 하는 것보다, 공개적인 장소는 피해 개인적으로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담당하고 엄중한 톤으로 말한다면 최소한 나에게만큼은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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