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오현규 인천비전기업협회장

“지역사회와 상생… 공익법인 사회적 역할 다할 것”

오현규(62) 인천비전기업협회장은 국내외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며 지역사회와 협회 간의 상생을 강조한다. 2017년부터 협회를 이끌어온 오 회장은 지난 3월 정기총회에서 연임돼 오는 2021년까지 회장을 맡는다. 인천비전기업협회는 1천200여개 제조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최근 지역 제조업은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등 무역 보복과 국내외 경기 침체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오 회장은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기관이 지역 제조업을 직접 찾아 애로사항을 듣고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조업의 미래를 위해 뿌리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을 만나 협회와 지역 제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 인천비전기업협회 소개를 해달라.

A 인천시에서 2011년부터 지역 내 건실한 중소기업을 인천비전기업이라는 명목으로 선정해 지원해왔다.

비전기업은 20인 이상, 매출액 80억~400억 원의 유망 기업을 선정해 이자 보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당시 시에서 고용 창출 2~3명을 조건으로 내걸고 업체에 2.5% 이자를 보전해줬다. 협회는 시로부터 받은 혜택을 지역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첫해 500개 업체가 비전기업으로 선정됐는데 협회를 만들자는데 뜻을 모아 지금에 이르렀다. 2012년 9월 협회가 설립됐다. 초대 회장은 안재화 전 세일전자 대표가 맡았다. 총 회원사는 1천200여개 업체이다. 2014년 말에는 기획재정부에서 승인받아 공익법인으로 바뀌었다.

Q 공익법인으로 바뀐 계기는.

A 인천에 다양한 협회나 기관이 많다. 협회 차원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자 했다. 또 비전기업협회만의 뚜렷한 목적사업을 정하기 위해 공익법인으로 전환했다.

협회를 설립한 목적이 시에서 받은 혜택을 지역사회에 돌려준다는 취지인 만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기 위해 공익법인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공익법인은 공익 사업을 위해 기금의 70%를 사용해야 한다. 회비는 기부금으로 처리한다. 회비 이외에도 각 업체가 노인, 아동, 장애인, 다문화 가정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청 복지과를 통해서 한 부모가정, 홀몸 노인, 가정폭력 피해자 등 지역 소외계층을 돕고 있다. 활동(지원) 내용 등은 회원사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 반응이 나쁘지 않다.

Q 어떤 사회공헌활동을 했나.

A 대표적으로는 시리아 난민 돕기와 2014년 아시안게임 물품 등을 지원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시리아 난민돕기와 아시안게임에는 총 14억원 상당의 물품과 금액을 지원했다. 지난해 말에는 협회 송년 모임을 통해 인천시에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지역사회 공헌프로그램의 하나로 기부금 7천500만원을 전달했다. 노인, 아동, 여성, 다문화 등에 기부금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했다.

이외에도 지난 7월에는 지역 내 아이들을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천본부와 인천 아이 리더 정기후원식을 갖기도 했다. 기재부로부터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받은 뒤 수입, 회비 등을 회원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해마다 지역 내 소외계층 등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Q 협회를 홍보하기 위한 활동은.

A 지역에 기업 관련 협회가 워낙 많아서 홍보하는 게 쉽진 않지만 앞서 말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올해 중점 목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대내외적으로 협회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협회 회원사의 참여도 더 독려할 것이다. 참여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협회가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결국, 이를 위해선 지역 사회에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 아동, 가정 폭력 피해자,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 지역 곳곳에 소외계층이 많다. 법적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이웃을 협회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시와 협업해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 활동을 강화해 이를 계기로 협회 인지도를 더욱 높일 생각이다.

Q 제조업을 둘러싼 환경이 어렵다.

A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회원사가 많다. 협회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익법인으로 전환한 이후 협회 사무총장 월급이 부담되기도 했다.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다. 경험이 많은 새로운 사무총장도 데려왔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 보니 회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없었다. 제3대 회장까지 했으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회장직을 수락했다.

제조업을 둘러싼 환경이 어렵지만, 답은 결국 현장에 있다고 본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중소기업 관련 기관과 지자체 등이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체가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협회도 지역 제조업을 위한 ‘옴부즈맨’ 역할을 하겠다.

Q 옴부즈맨 역할을 하겠다고 했는데.

A 지역 제조업체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옴부즈맨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E-7-4 비자 문제, 제조업 애로사항 등 7가지를 인천시와 인천지방벤처중소기업청 등에 건의한 적도 있다. 업체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했다. 지역의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최근 어려움은 정말 상상 이상이다.

지역 중소기업 상당수가 대기업의 1~3차 밴드(협력업체)인데, 나머진 다 오르는데 납품 가격은 그대로이다. 이건 모든 중소기업이 갖는 공통된 어려움이다.

요즘 지역 대표들에게 연락을 해보면 “공장 문 닫았어” 하는 대표들이 많다. 소리 없이 사업을 접는 곳이 적지 않다. 협회 차원에서 이러한 현장의 어려운 사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정부의 경제정책 어떻게 보나.

A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급상승하고 있고, 덩달아 부품 가격도 올랐다.

중소기업의 이중고, 삼중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급여, 업무환경 문제 등으로 자연 감소하는(퇴사) 인원이 있다. 업체는 일부러 직원을 해고할 순 없지만, 직원이 퇴사하면 신규채용을 안 한다. 이에 전체적인 인원은 줄고, 나머지 직원은 최저임금 이상을 받아 임금은 높아진다. 이것이 최저임금의 명과 암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의 임금 상승이라는 좋은 취지이지만, 영세한 중소기업은 고용을 줄인다는 점이다.

국내 산업을 위해선 결국 중소기업이 살아야 한다. 이는 결국 뿌리산업이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내년 7월부터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커 질 것이라고 본다. 정부 차원의 뿌리기업을 돕기 위한 지원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Q 제조업 전망 어떻게 보나.

A 현재 국내 제조업을 표현한다면, 모래 위에 집을 지어놨는데 비가 와서 무너질 것 같은 상황이다.

제조업이 어려운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앞으로 10년 이상 국내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조업의 경우 인력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몇 년 안에 제조업이 정말 힘들어질 것이다.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뿌리산업을 살려야 한다. 어설픈 지원보다는 각종 규제 철폐를 완전하게 해야 한다.

또 유망 중소기업을 살리는데 적극 투자해야 한다. 유망 중소기업 중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는 품질 면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들을 위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대출 무이자 등을 통해 업체가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지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기술이 좋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 지금이라도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 정책을 펴야 한다.

Q 인천시와 정부에 바라는 점.

A 인천시는 지금도 잘하고 있는 편이지만, 더 많은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기술력을 갖고도 자금이 없어서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결국 자금 문제이다. 이 부분은 시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문현답’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이다. 자치단체장과 부처 장관들이 현장에 나와서 지역 제조업체의 어려움을 직접 느껴봤으면 좋겠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기업인의 속살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행정이 아닌 현장을 보고 답을 찾아 주길 바란다. 책상에서만 논하지 말고 현장을 봤으면 좋겠다.

1일 지점장이나 중소기업 대표 등을 통해 하루만이라도 무너져가는 중소기업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담=송길호 경제부장

정리=강정규기자 / 사진=조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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