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때마다 반복되는 둘의 냉랭함
언론, 공무원도 다 알아버린 ‘갈등’
20년 전 교훈 ‘싸움은 상처만 남겨’
이래저래 전해진 정보는 이랬다. -이재명, 안병용, 염태영 순으로 자리가 배치됐다. 이 지사가 “대선배님이신 안 시장님이 신임 시장군수협의회장에 올라 기쁘다”며 인사말을 했다. 안 시장은 “(1년 전) 염 시장이 갑자기 경선을 해 1년간 우울하고 슬펐다. 오늘도 혹시 경선을 제안하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소감을 피력했다. 이 지사와 염 시장 사이에는 냉랭한 기류가 역력했다-. 18일 도-시ㆍ군 정책협력위원회 모습이다.
2018년 6월 말로 올라간다. 민선 7기 당선자들이 모였다. 차기 시장군수협의회장을 뽑았다. 안병용 의정부 시장을 내정했다. 이 지사의 천거가 있었다. 며칠 뒤 사달이 벌어졌다. 해외에 있던 염태영 수원시장이 반발했다.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경선을 통해 염 시장이 선출됐다. 염 시장은 ‘이 지사의 의중’이라며 서운해했다. 이 지사는 ‘염 시장의 반기’로 해석했을 듯하다. 안 시장이 말한 ‘우울한 1년’이 이거다.
한 번의 정보로 판단한 게 아니다. 비슷한 정보가 계속 이어진다. 몇 달 전 정보다. -회의에서 염 시장이 도지사에 인사말을 권했다. 이 지사가 ‘왜 지시하냐’며 불쾌해했다-. 엊그제 현충일 참배 때 올라온 정보다. -염 시장에 이어 이 지사가 참배했다. 참배자 소개 때 일부 참석자가 손뼉을 쳤다. 이 지사가 노골적으로 불쾌해했다.- 이런 정보들이 많다. 기자들도 이제 다 안다. 둘의 표정을 살피는 게 필수 취재 거리가 됐다.
그 사이 여러 ‘일’들이 있었다. 버스요금 인상을 두고 갈등했다. 경기도가 버스요금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시군의 이견이 여럿 있었다. 협의회장 도시인 수원시가 앞장섰다. 도와 시ㆍ군간 사업 예산 분담 비율 조정 건도 있었다. ‘경기도 분담률을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협의회장인 염 시장이 밝혔다.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 구성도 있었다. 현금성 복지 등의 남발을 자제하자는 취지다. 염 시장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버스 요금 인상 건은 도 결정에 대한 이견이다.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사업비 분담률 재편 요구는 도 재정에 대한 압력이다. 결론이 그렇게 간다.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는 ‘경기도 복지’에의 견제다. 현금성 복지는 이 지사의 상징이다. 염 시장에겐 ‘할 수 있는 주장’일 수 있다. 이 지사에겐 ‘해선 안 될 소리’일 수 있다. 서로 다르게 해석되는 듯하다. 이런 간극이 만들어내는 냉랭함이다. 이제 지켜보는 이들도 아슬아슬하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경기도지사와 수원시장이 충돌했다. 행사장마다 냉랭한 모습이 이어졌다. 둘을 쫓아 경기도와 수원시도 충돌했다. 그리고 곳곳에서 시민의 피해가 나타났다. 수원시 예산이 뭉텅이로 깎였다. 돈이 없어 도로도 못 넓혔다. 도시 개발 청사진도 다 막혔다. 광교신도시의 전신인 ‘컨벤션시티 21’ 계획도 그래서 무산됐다. 도지사도 피해를 봤다. ‘거물답지 않은 싸움’이라며 받은 상처가 컸다.
지금과 달랐던 그때다. 관선(官選)의 관습이 지배하던 때다. 상명하복의 관계가 분명하던 때다. ‘도지사와 시장 충돌’이란 단어조차 금기어였다. 이제 달라졌다. 시장도 할 소리 있으면 한다. 도청 회의도 가기 싫으면 안 간다. 지사와 SNS 설전도 격렬히 한다. 하지만, 그 속에도 바뀌지 않은 건 있다. 여전히 도지사 결재는 남았다. 여전히 도청 예산은 받는다. 염 시장도 그래서 말한다. “시장이 지사와 갈등하면 시민만 피해 본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다. 그러면 여기서 멈춰야 한다. 이 지사도, 염 시장도 더 가면 안 된다.
‘염태영ㆍ이재명戰’을 세 번 썼다. 그 마지막 편-2017년 8월 9일 자-의 마지막이 이랬다. ‘2년 뒤 언저리에서 둘은 충돌할 것이다’. 보름 있으면 꼭 2년이다. 조심스레 써놨던 맺음말인데, 그 게 맞았다. 충돌은 몰라도 갈등 중임이 분명하다. 아슬아슬함을 보며 이번엔 이렇게 적어둔다. ‘갈등까지는 괜찮다. 싸움으로 번지면 안 된다. 이 지사에겐 ‘격 떨어지는 싸움’이고, 염 시장에겐 ‘손해뿐인 싸움’이다. 두어 달 뒤가 걱정이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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