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첫 방송된 tvN 월화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극본 김태희, 연출 유종선, 제작 스튜디오 드래곤, DK E&M)는 미국 ABC에서 방영된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갑작스런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대한민국에서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이 60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에 원작의 키퍼 서덜랜드가 분한 '톰 커크만'과 지진희가 연기한 박무진을 비교해 본다.
# 주택도시개발장관 톰 커크만
키퍼 서덜랜드가 연기한 톰 커크만은 도시계획전문가로 대학에서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쳤다. 또 학자로서 공영주택 사업을 기획하기도 했는데, 이를 관심 있게 지켜 본 리치몬드 대통령이 그에게 장관직을 제안하면서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이후 내각 개혁으로 인해 장관직에서 물러나 UN 항공 관련 대사직으로 이동해 갈 것을 통보받는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진행된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날 지정생존자로 지정돼, 아내와 함께 워싱턴 모처에서 TV로 국정 연설을 지켜보는데, 미 국회의사당이 폭발하면서 대통령을 비롯해 관련 정치인들이 전부 사망하고 만다. 이로 인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 환경부 장관 박무진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출신 박무진은 양진만(김갑수) 대통령의 제안으로 환경부장관이 된다. 정치적 감각이나 야망이 없었던 그는 자신의 정책을 위해 환경장관직의 업무를 수행했다.
미국과의 FTA 재협상 자리에서 미국산 디젤차 환경 기준을 미국의 요구대로 완화해주자는 대통령에게 미국 환경 영향 평가 보고서의 오류를 지적하며 적당히 눈감고 넘어갈 수 없다는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밝혀 그 자리에서 해임당하게 된다.
그러나 폭탄 테러로 대통령과 국무총리, 모든 국무위원들이 폭사하자 의도치 않게 최고권력,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에 오르게 된다.
# 정치 초단이 대통령으로
'지정생존자'를 한국에 맞게 각색한 '60일, 지정생존자'는 기본적인 큰 틀은 원작과 유사하게 흘러간다. 톰 커크만과 박무진은 권력과 거리가 먼 학자 출신 장관이 갑작스런 상황으로 국가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학자 또는 교육자였던 두 사람 다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정치에 대한 경험이 적고, 이상적인 정치를 꿈꿔온 톰 커크만이나 합리적으로 도출된 데이터를 신뢰하는 박무진의 태도는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는 소인배나 우유부단하다고 볼 수 있으나, 그런 소시민적인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대통령(또는 권한대행)이 되고, 주변의 도움을 통해 진정한 리더로서 거듭나게 된다.
# 지정생존자, 60일
무엇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제도의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지정생존자란, 의회 연설 등과 같은 공식 행사에서 테러나 재난 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하여 대통령, 부통령 및 정부 각료 등이 변을 당할 경우 국정 운영의 공백을 막기 위해 내각 중 1명을 선정, 비밀 장소에 대기하게 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유고시, 헌법이 정한 승계서열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정되고, 그가 60일간 정국을 수습하고 이후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로 인해 시즌제로 진행돼 현재 세 번째 시즌이 방송된 원작 '지정생존자'와는 다르게 '60일, 지정생존자'는 제목에서도 제도적인 부분에서도 명확하게 완결성을 띄게 됐다.
외교적인 부분에서도 그 차이점이 눈길을 끈다. 미국과 한국의 외교적인 상황이 다르듯 작중 박무진은 국내외로 끊임없이 압박을 받는다. '60일, 지정생존자'에서는 나라가 가진 힘의 차이와 분단국가라는 상황이 드라마에 반영됐다. 이에 원작에서는 이슬람 무장단체로 지목했던 것을 '60일, 지정생존자'에서는 북한으로 바뀌어 진행된다. 또 '60일, 지정생존자' 3화에서는 SNS에서 확산되는 가짜 뉴스들로 인해 극우단체들이 탈북자들에게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 등 현 한국의 사회문제를 언급하기도 한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6화는 오늘(16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장건 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