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용의 THE 클래식] 바로크와 고전파 잇는 로코코양식

흔히 음악사에서 바흐의 사망을 바로크와 고전파의 경계로 보고 있지만 1700년에서 1790년 사이를 보면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로코코 양식인데 바로크와 고전파를 잇는 중간매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로코코 양식은 고전파 초기까지도 중요한 양식으로 구실을 했다. 먼저 ‘로코코’의 어원에 대해 말하자면, 인조동굴을 장식하는데 쓰인, 조가비로 장식된 바위를 가리키는 프랑스어 ‘로카유(ro caille)‘에서 나온 말이다.

로코코 양식은 태양의 왕이라 불린 프랑스의 최전성기의 왕 ‘루이14세’의 베르사유 궁전의 웅장함과 그의 치세(治世) 동안 유행한 바로크 양식에 대한 반발로 생겨났으며, 프랑스 조각가들이 파리 귀족의 새로운 주택을 보다 경쾌하고 아름답게 장식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미술사적으로 본다면 프랑스에서 루이 14세 시대에 나타난 바로크의 웅장하고 거대한 양식이 루이 15세 시대로 넘어 오면서 가볍고 장식적인 미술로 바뀌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점은 이러한 로코코도 그 뿌리는 ‘궁정’과 ‘귀족’이라는 것이다. 미술사의 큰 흐름에서 보면 로코코는 바로크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필자에게 로코코에 대해 묻는다면, 주저함 없이 ‘로코코는 무엇보다도 화려하고 호화롭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로코코의 대상은 18세기 프랑스 풍속 그 자체이며, 로코코 미술에서 빠질 수 없는 ‘페트 갈랑트’ 즉 ‘우아한 연회’가 상징하듯, 루이 15세 때에는 경쾌하고 감각적인 것을 즐기는 풍조가 팽배했다. 가볍고 정교하며 우아하고 고상한 로코코 양식은 곡선과 자연 현상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건축에 있어서 로코코 양식은 벽면과 천장, 소조(塑造) 등을 조개나 자연물 형상뿐 아니라 ’C‘자(字)나 ’S‘자 같은 기본형태 위에 교차곡선과 역곡선(逆曲線)을 그린 문양으로 장식했는데, 대칭보다는 비대칭을 기본으로 삼았다.

색상은 밝은 파스텔색, 상아빛 흰색, 황금색이 주로 쓰였으며 이 양식의 장식가들은 유리도 자주 사용했다. 건축과 미술에서 보여 지고 있는 로코코는 음악에서도 비슷한 양식으로 취해지고 있다. 로코코 음악. 먼저 좁게 본다면 이 시대를 대변하는 것은 프랑스의 클라브생음악이다. 대표적 작곡가로는 루이 14세 때 베르사유를 중심으로 한 궁정음악의 중심인물들이었던 쿠프랭, 라모, 다캥 등이 있다. 이들의 음악은 우아한 장식음으로 가득 찬 세련된 음악이다. 넓게 본다면 독일의 C.P.E 바흐나 크반츠 등에 나타난 감정과다 양식을 로코코적 양식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바로크 시기의 끝 무렵, 1740년대에서 1770년대까지 작곡된 경쾌하고 우아하며 아주 장식적인 음악을 로코코로 지칭하기도 한다. 요제프 하이든과 어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초기 음악을 그 당시 시작되고 있었던 고전음악 양식에 속한다는 것이 더 적절하지만, 로코코 양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승용 지휘자ㆍ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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