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웨이 사태와 헝가리 사고에서 보는 정부의 무능

청와대가 “화웨이 통신 장비 사용이 한·미 군사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나는 그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3일 미 국무부는 “한국이 5세대(5G) 네트워크에 화웨이 통신 장비를 쓸 경우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와 미국의 말이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을 접촉하며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르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에서 애매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 미·중 양쪽으로부터 불신과 보복을 받았다.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화웨이 사태에서도 똑같이 반복한다면 그 피해는 경제적 타격을 넘어 우리의 명운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어설픈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전략은 ‘게도 구럭도 다 잃는’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전략적 모호성’은 약자가 택하는 전략이 아니다. 약자일수록 치밀하고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방어 미사일인 사드를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2년 넘게 공식 배치를 미뤄왔다. 미국으로부터는 “동맹이 맞나”라는 소리를 듣고 중국으로부터는 지금까지 엄청난 보복을 받고 있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와 관련해서도 강경화 장관이 현지까지 가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국민들이 의아해 하는 것은 딱 두 가지다. 어떻게 가해 선장이 구금이 안 되고 가해 크루즈선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도록 놔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헝가리 사법체계를 핑계를 댄다 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화웨이 사태와 헝가리 사고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보면 본질보다 곁가지에 치중해 해결은 고사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다 결국 큰 파국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이제 양다리 전략도, 균형 대응도 가능하지 않다. 중국은 우리를 더 대놓고 압박할 것이고, 한·미 동맹은 위기에 빠질 것이다. ‘동맹 우선’ 대원칙을 견지하면서 미국의 안보 우려에 대한 지지 노력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21일 방북하면서 6·25 때의 ‘항미원조’까지 들먹이는데 우리 정부가 북·중에 절절매며 정상회담을 구걸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한·미·일 3각 동맹 균열은 무너지고 있는데 정부는 대체 뭐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만만하면 함부로 대하는 건 사람이나 국가나 마찬가지다. 화웨이 문제로 중국이 우리를 다시 겁박하는 것은 사드 사태 때 우리의 어정쩡하고 비굴한 태도를 보았기 때문이다. 1979년 중국은 베트남을 우습게 보고 쳐들어갔다가 한 달 만에 철군했다. 우리보다 훨씬 약자였던 베트남의 국민 총동원령에 질려버린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결기와 기상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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