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량 공유와 관련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의 설전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쏙 빠진 채 두 사람이 연일 논박을 주고받았다. 국민들은 누구 말이 맞는지에 대한 관심보단 이런 현안을 해결해야 할 정부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데 대해 분노를 느낀다.
혁신에는 전통산업의 피해가 뒤따른다. 거기에 따른 피해자는 보듬어야 한다. 차량 공유라는 혁신 과제에는 어려운 택시 운전자들의 ‘생존권 보호’라는 전제가 필수다. 혁신의 과정에서 갈등을 중재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몫이다. 차량 공유로 인한 갈등은 진작 예견된 것이었으나 허송세월했다. 정부가 합의안이라고 내놓은 것은 승차 공유 시간을 줄인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규제를 개선한다는 둥, 택시기사 월급제를 한다는 둥 재원도, 실현가능성도 없는 허무한 레토릭만 남발했다. 소관 부처도 아닌 금융위원장이 업계 대표와 설전을 하는 모습이 지금 정부의 민낯이다.
2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로 만났으나 서로 얼굴만 붉힌 채 헤어졌다. 양국이 석 달 만에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이견 해소는커녕 감정의 골만 깊게 만들었다. 한일 양국 모두 각자의 국내여론을 의식해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인다. 만약 우리가 일본 기업의 자산매각 조치를 취하게 되면 일본의 보복조치가 뒤따르고 그 피해는 우리가 훨씬 크다는 점은 전문가들이 다 인정하고 있다.
지금 정부의 현안에 대한 태도는 직무유기를 넘어 사태를 악화시키는 상황에 와 있다. 비단 국토교통부와 외교부뿐 아니라 다른 부처와 산하 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현안을 방치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위험천만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의구심마저 든다. 민노총에 얻어맞는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공유경제를 둘러싼 혁신·포용 갈등을 보면서, 강릉 수소탱크 폭발을 보면서 국민들은 새삼 정부의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문제 해결능력이 없는 정부는 무능한 정부고, 문제 해결의욕이 없는 정부는 퇴출돼야 마땅한 정부다. 정부의 무능은 항상 정치와 선거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데 기인한다. 구조 개혁과 노동 개혁, 혁신 성장, 생산성 향상은 고통을 수반한다. 제대로 된 정부는 대중의 인기를 잃더라도 장기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을 선택한다.
오늘의 독일을 재건한 슈뢰더 전 총리는 “진정한 리더는 국가를 위해 선거를 패배할 리스크를 감당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슈뢰더는 구조개혁과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로 돌파구를 찾았다. 복지국가의 후퇴니, 배신자니 등 지지 세력의 비난 속에서도 개혁을 밀고 나갔다. 결과는 선거 패배였으나 독일 경제는 살아났다. 제대로 된 지도자의 길을 걷기가 이토록 힘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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