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형 문화브랜드 만들어… 문화시민 시대 열 것”
“우리는 경기문화재단이다.”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취임 초 전 직원들과 가진 첫 공식석상에서 한 말이다. 경기문화재단이 본연의 역할을 되찾고, 경기도민이 문화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 직원이 경기문화재단이 어떤 곳이지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그의 당부와 바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는 취임 이후 지난 5개월 여동안 재단의 문화적 야성을 회복하는데 집중, 천도(사옥 이전)와 북진(경기북부본부 확대)을 추진해 왔다. 사옥 이전은 오는 9월께 이뤄지고, 경기북부본부는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강 대표에게 재단의 비전과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Q 5개월 여의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보냈는지.
A 정신없이 지나왔다. 경기문화재단의 상황과 경기도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상화하는 것이 급 선무였다. 재단은 한 두 사람의 의지에 의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그동안 관료주의로 물들어 있던 분위기를 쇄신하고, 재단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했다. 취임 90일 후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운 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재단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했다. 책상 위가 아닌 현장의 감각, 문화적 야성을 되찾기 위해 경기상상캠퍼스로 사옥을 옮기는 방안을 추진했고, 관계 기관들과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기반을 닦는 시간을 보냈다.
Q 새로운 재단의 비전과 목표은 무엇인가.
A 민주시민의 단계를 넘어서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수 있는 문화시민의 시대로 들어가야 한다. 모든 경기도민의 문화시민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경기문화재단 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재단의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모든 시민이 예술가라고 관점을 바꿔야 한다.
예술가도 시민이고, 시민도 예술가다. 미취학 아동부터 실버세대까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생활문화를 정착시키고, 확대해야 한다. 예술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지역마다 예술교육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거점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경기도의 정체성 보여줄 수 있는 문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Q 이번 조직개편에서 경기북부본부도 확대 설치했다. 역할은.
A 정확한 명칭은 지역문화교육본부다. 기존 지역의 문화사업을 담당했던 지역문화팀, 정책사업팀과 예술교육팀으로 구성돼 있다. 생활문화와 예술교육, DMZ를 중심으로 한 정책 사업들을 추진한다.
이중에서도 예술교육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상상캠퍼스를 통해 다양한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시도했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경기북부에도 경기상상캠퍼스와 같은 거점을 조성할 것이다. 점차적으로는 예술교육을 할 수 있는 센터를 각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예산에 좌지우지되는 프로그램이 아닌, 지속가능한 프로그램 개발이 우선시 돼야 한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예술가들을 참여시킨다면, 일자리 창출을 물론 양질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Q 사옥 이전은 어느정도 준비됐는지.
A 오는 9월께 이전 할 예정이다. 수장고 문제로 경기문화재연구원을 제외하고 모든 부서가 경기상상캠퍼스로 이동한다.
처음 경기문화재단에 방문했을 때 관공서를 방문한 기분이 들었다. 일하는 모습도 흡사 공무원 같았고, 문화적 활기도 부족했다. 조직개편을 앞두고 전 사원을 모아놓고 브리핑을 진행했다. 처음으로 한 이야기가 “우리는 경기문화재단이다”였다. 재단 직원들은 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무직 직원이 아니다. 사무실은 인계동에 있지만 시야와 사고, 방향은 경기도 전체로 뻗어 있어야 한다.
모든 문제와 해결책은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경기상상캠퍼스는 문화적 생명이 싹트는 기운이 깃든 곳이다. 수 많은 시민들과 예술인들이 매일 찾아온다. 그곳에서 받은 문화적 에너지를 더 큰 기운으로 만들어 경기도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Q 그동안 경기도만의 정체성을 가진 문화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이렇다할 성과물은 없었다. 묘안이 있는지.
A 브랜드가 없는 한 절대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 경기도는 로컬도 아니고 중심도 아니다. 로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력하고, 중앙이라고 하기에는 집중력이 없다. 경기가 가지고 있는 가슴 아픈 약점이다. 그렇다고 제주도 처럼 관광 자원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이유들로 그동안 경기도 대표 브랜드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경기도는 50년은 통용할 수 있는 브랜드를 이미 가지고 있다. 바로 DMZ다. DMZ는 역사, 평화, 생태, 문화 등 활용 자원이 무궁무진하다. 물론 남북한의 평화 시대를 전제 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DMZ를 잘 활용한다면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Q 지역문화교육본부장과 5개 기관장의 채용도 준비하고 있다.
A 최근 오랜 시간 공석이었던 경영본부장을 임용하면서 경기문화재단의 살림 체제가 완성됐다. 현재 지역문화교육본부장과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실학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등 5개 기관장 선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5개 기관은 대행 체제가 오래됐다. 책임을 질 수 있는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 결과를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 성설이다. 곧 채용공고가 나갈 예정이고, 7월1일자에는 채용을 완료할 계획이다. 제대로 된 임기가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Q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실학박물관 등 6개 기관들에 대한 분리 문제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데.
A 사실 박물관이 재단으로 흡수되면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건 경기도민이다. 오직 경영효율화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진 구조조정에 대한 댓가를 지난 10년간 겪어왔다. 경기문화재단도 많은 타격을 받았다.
재단은 재단대로 본연의 업무 역량이 정체됐고, 박물관은 박물관대로 역할 잃었다. 어느 누구도 승리하지 못하고, 고착화된 상황을 만들었다. 재단과의 분리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분리 이후에 박물관이 옛 위상과 명성을 되찾고, 도민들로부터 사랑받기위해서는 뛰어난 인재와 맏대한 예산의 투입이 절실하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는 분리로 끝날 수 있다.
실제 전시품 구입 예산이 3년 연속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물관 미술관의 정체성을 논의 한다는 자체가 사치스러운 일이다. 경기도박물관은 1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번째 박물관이었다. 전국의 많은 박물관들이 경기도박물관을 벤치마킹해 세워졌다. 지금은 전국적인 이슈를 만들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문화적 인프라가 허물어 지는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다.
경기도민에게 지금의 경기도박물관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묻는다면, 굉장히 부정적인 대답이 나올 것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경기도의 얼굴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인력과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해야 한다. 경기도민이 문화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는 지름길이다.
Q 경기문화재단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민의 문화적 삶의 향상과 문화시민화를 짊어지는 최전방에 서 있어야 한다. 재단의 구성원들은 공공적인 가치를 구현해야 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민에 대한 헌신성이 꼭 필요하다. 단순히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차원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새로운 초심으로의 환기가 그 어느때 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
송시연기자 /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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