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Q&A] 자녀와 대화가 필요하다면 이렇게 해 보세요

귀 닫는 청소년기… 눈 맞추고 고개 끄덕, 몸으로 공감해주세요

Q. 중학생 자녀를 둔 아빠입니다. 자녀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야구도하고 자전거를 타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평소 회사일로 바쁘고 피곤하지만 가까운 수원화성을 돌며 친구들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중학교에 올라가고 사춘기가 되면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방에 꿀단지가 있는지 한 번 들어간 방에선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다 방에서 나오면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면 단답형 대답만 하고 휙 지나가 버립니다. 어떻게 청소년기 자녀와 대화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자녀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아버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바람과는 달리 청소년기 자녀와 대화하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조금만 말이 길어지면 잔소리라고 생각하며 귀를 닫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때는 부모에게 의지하던 자녀가 점차 친구에게 관심이 옮겨가면서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는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또한 나는 누구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학업성적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막연한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쩌면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습니다.

2010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 한 가족실태 조사 중 부모관점에서 자녀와 나누는 의사소통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장래에 대해 상의하는 편이다.” 문항에 대체로 그렇다 55.7%, 보통이다 34.2%, “고민을 의논한다.” 문항에 대체로 그렇다 46.3%, 보통이다 39.4%로 응답하였습니다. 그리고 청소년에게 실시 한 조사 결과에서는 고민을 털어 놓는 대상으로 친구 44.1%, 부모 33.6%, 형제자매 4.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민문제(복수응답)로는 공부 75.1%, 직업 43.0%, 외모 41.6%, 용돈 22.9%로 응답하였습니다(대상 13~18세, 2008~2018년 통계청). 결과를 보면 부모는 자녀가 진로에 대해 부모와 상의한다고 지각하는 반면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특징을 이해하고 자녀와 대화 할 땐 “오늘 하루는 어땠니?”, “너에게 특별히 중요했던 일이 있었니?”라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호르몬의 변화로 감정기복이 심해 내 감정조차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잠깐이라도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았던 일이 있었는지 나빴던 일이 있었는지 오늘 하루를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이때 무슨 말을 해주려고 하기보다는 비언어적 의시소통이 중요합니다. 눈을 맞춰주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자녀 쪽으로 몸의 방향을 바꾸고 오롯이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대화법입니다. 조언이나 비난을 하고 싶어질지 모릅니다. 잠시만 참고 그냥 자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세요. 자녀가 미세한 감정을 보였을 때 이때를 놓치지 말고 알아차려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에 너무 빠른 반응이나 과한 반응보다 “화 날 만 했네” “힘들었다는 거지” 공감해주면 자신이 이해받았다는 기분이 듭니다. 해결방안이나 대안이 필요하다면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고 “넌 그렇게 생각 하는구나” 라고 반응해주면 존중 받았다고 느끼게 됩니다. 만약 자녀가 도움을 청한다면 그때 필요한 정보를 주고 선택은 자녀의 몫으로 남겨 두세요. 감정은 날씨와 같아서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을 느낀 이후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해 받았다고 느끼면 자녀도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생기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아버님께 자녀와 대화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시길 바랍니다.

유경연 수원시청소년재단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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