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자연 리스트’의 윤지오 출국 사건,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의 연예인 연루 ‘경찰총장’건, 민노총에 쩔쩔매는 경찰을 보면서 경찰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던 민갑룡 경찰청장의 말은 허언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여당 모 국회의원의 비호로 윤지오의 경호원을 자처했던 경찰이 사실상 외국으로 도망간 윤지오를 멍하니 바라보고, 청와대 출신의 ‘경찰총장’은 사라지고 마약과 집단 성폭행으로 승리와 박유천만 온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900여만 원에 달하는 윤지오의 호텔 숙박비만 국민 세금으로 축난 셈이다.
피해망상과 허위증언의 윤지오는 “앞으로는 국외 언론과 인터뷰할 것이고 UN, CNN과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런 사람을 증인이라 믿고 칙사대접까지 해낸 ‘대한민국 민주경찰’이 부끄러울 뿐이다. 어차피 경찰이 이번 사건들을 제대로 수사하고 밝히리라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었다. 역대 정권이 다 그랬듯이 검찰과 함께 정권 수호의 최첨병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검경수사권 분리에 목을 매었던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의 무리한 시장 측근 비리 수사는 결국 검찰에서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현 정권에서 경찰은 검찰과 대등한 권력을 누리게 될 것처럼 보인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경찰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공수처가 생기면 검찰은 정권에 대항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국민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이든 공수처 신설이든 국민의 인권보장과 공공의 질서유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정권의 입에 맞는 공수처장을 임명해 검찰을 무력화시키고 경찰을 검찰과 대등한 새로운 권력으로 만들게 되면 국민만 죽어나간다. 1년 이상 경찰에서 시도 때도 없이 조사를 받다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은 어느 자영업자는 경찰만 보면 분노가 치민다고 한다. 골목에 숨어서 안전벨트 단속하는 경찰을 보면 인력이 부족하다고 떠드는 경찰수뇌부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대통령이 인권을 외쳐도 일선에서 경찰을 맞닥뜨리는 국민의 애타는 심정은 과연 누가 헤아려야 하나. 수사권 독립이니 기소권 분리니 국민에게는 다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 이제 패스트트랙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12만여 명의 경찰조직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3천여 명에 달하는 정보경찰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 수사권까지 이관받게 된다. 견제가 어려운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경찰은 정권의 부당한 지시에 대항하는 거창한 용기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적어도 국민의 작은 삶을 피곤하게 하지는 말아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말이 푸근한 게 아니라 공포와 부담으로 들릴 때 경찰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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