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2017년 말 이후 전반적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전세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공급물량이 크게 증가한 데다 전세가격 상승 누적에 따른 조정압력 등 다양한 요인이 가세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수도권 지역에서 아파트 입주물량의 큰 폭 증가로 전세 공급이 확대됨에 따라 전세가격의 하락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에 따르면 올해 1∼2월 거래된 아파트 중 전세가격이 2년 전보다 하락한 비중이 5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은 전세가격 하락 움직임은 임차비용 감소 등을 통해 전세시장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세 공급이 전세 수요를 크게 상회하는 상황이 지속할 경우 역전세난이 확산하고, 이에 따라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택 임대인(갑)은 세입자(을)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주택구매, 채무상환 등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전세계약의 만기가 도래하게 되면 임대인은 다음 세입자(병)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아 종전 세입자(을)에게 전세보증금을 상환하게 된다. 그런데 전세가격의 큰 폭 하락으로 임대인이 새로 받게 되는 전세보증금이 상환해야 할 전세보증금보다 적을 경우 임대인은 금융자산 처분,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특히 전세 공급이 수요를 크게 상회해 임대인이 다음 세입자(병)를 구하지 못하면 이전 세입자(을)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현재 임대가구의 재무건전성 및 보증금 반환능력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앞으로 전세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더라도 금융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의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세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한 지역이나 부채레버리지가 높은 임대주택 등을 중심으로 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 주택 전세ㆍ매매시장 위축은 물론 금융기관의 대출 건전성 저하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참가자들은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아울러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 확대에 대비해 임대인은 자금조달 대책을 보다 충실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세입자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정기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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