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하자

공공요금 인상 시즌이다. 경기도는 지난 15일 택시 기본요금을 5년여 만에 3천800원으로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그동안 이용자 혼란을 방지하고자 수도권 전체로 기본요금을 동일하게 적용해 온 관례에 따라, 앞서 서울시와 인천시가 단행한 요금인상 방안을 그대로 수용한 결과다. 이제 다음 순서는 버스요금이다. 그런데 이번 버스요금 인상은 과거와는 달리 오는 7월 1일부터 전국 시내버스에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해서 택시요금과 같은 3개 지자체 간의 원만한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 52시간 대응이 난감한 경기도와는 달리 서울과 인천이 요금 인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2004년에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는 ‘수입금공동관리제(버스운송수입에서 버스운영비용을 차감한 적자를 재정에서 지원)’를 채택하면서 버스 1대 당 운전기사 수를 평균 2.27명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돼 ‘1일 2교대’를 일찌감치 정착시켰다. 지난 2009년부터 동일한 방식의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한 인천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반면 준공영제가 아닌 경기도에서는 대당 2명에도 한참 못 미치는 버스운전사 수급으로 인해 ‘격일제(하루 근무하고 하루 쉬는)’하에서도 원활한 교대가 되지 않아 ‘복격일제(이틀 일하고 하루 쉼)’까지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서울 면적의 16.8배에 달하는 경기도가 ‘1일 2교대’를 도입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본질은 결국 돈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요금은 국민의 기본 이동권을 보장하고자 철저히 운송원가 이하로 책정했다.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일부 비용만을 지불하는 보편적 복지이다. 그 결과 수입금공동관리제를 시행하는 서울시와 인천시는 매년 각각 약 3천억 원과 1천400억 원을 버스업체에 지원하고 있으며, 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은 경기도에서도 비수익노선 유지를 위해 560억여 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원가 이하의 버스요금과 버스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에는 2가지 치명적 이슈가 있다. 첫째, 교통복지에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인지하기 어렵다. 수혜자가 누군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복지제도라도 낮은 정책적 수용성으로 인해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버스서비스 개선을 위한 과감한 재정투입의 동력을 얻기 어렵다. 둘째, 버스업체의 경영혁신을 유도하기 어렵다. 서울시와 같이 운송원가에 더해 안정적인 이윤까지 보장하는 버스준공영제에서는 치명적이다. 세금낭비의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버스이용자에게 직접 지원하면 어떨까. 먼저 요금은 운송원가에 맞춰 정하자. 그러면 재정지원이 사라진 버스업체는 서비스 개선을 통해 이용객을 늘리고 경영효율화로 수익성을 향상시키는데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리고 지자체는 버스이용객들에게 이미 지불한 요금의 일정 비율을 정기적으로 환급해준다. 환급액은 현재 지불 요금을 기준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자체별로 정하자. 환급절차에 대한 염려는 96~99%에 달하는 교통카드 이용률과 첨단 IT 인프라를 보면 해소 가능하다. 혹여 대다수가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지역에서는 소득수준에 따라 환급액을 차별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화폐를 유통하는 지자체에서는 지역화폐로 환급받을 경우는 현금일 때보다 추가로 몇 % 더 지급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이제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해야 한다. 국가가 나에게 해주는 것은 많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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