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점도표상 2019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2회에서 동결로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는 다소 완화됐지만, 미국의 금리인상과 자본유출은 여전히 우리에게 민감한 주제이다. 미국은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기존 0.0~0.25%에서 0.25~0.50%로 0.25%p 인상한 이후 지속적으로 인상했고, 2018년에만 금리를 3번 인상해 현재 기준금리는 2.25~2.50%에 이르렀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8년 중 11월 한 차례 0.25%p 인상해 기준금리가 1.75%가 됐으나 미국의 기준금리보다는 낮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자본의 유출입은 어떤 경로로 나타나는 것인지 채권자금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일반적으로 채권자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수익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게 된다. 즉, 금리가 낮은 곳에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곳에 투자하게 되면 그 금리 차익만큼을 수익으로 얻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낮아서 자본 유출 우려가 생겨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수익은 금리차뿐만 아니라 환율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미국인이 한국에 투자할 때는 달러를 원화로 바꾸어야 하고 이후에 자금을 회수할 때는 다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차, 환율 이외에도 자본의 유출입은 대외건전성 및 대외신인도, 국제 금융시장 여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거나 국내 정세가 불안한 경우 대외건전성과 대외신인도가 낮아져 자금의 유출 우려가 확대될 것이다. 또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위험회피성향이 강해져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금리가 오른 뒤 터키, 아르헨티나 등 일부 취약 국가에서는 큰 폭의 자금유출이 나타나고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불안이 확대됐다. 이들 국가는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등 기초 경제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금리 상승이 큰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퍼지면서 외국자본이 급격히 유출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8년 중 오히려 외국인의 국내 채권보유자금이 늘어나는 등 외환 및 금융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양호한 재정건전성 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양호한 경제지표, 낮은 실업률 등을 바탕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의 둔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협상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금리동결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는 최근 들어 상당히 줄어들었으나, 그 배경을 생각해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향후 국제금융시장의 전개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정현석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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