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제도는 참여정부 시절 때 시행됐다. 공공택지는 62개, 민간택지는 6개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했으나, 금융위기 등으로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그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 또 주택건설경기 활성화를 목표로 했던 이명박 정부는 2012년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61개에서 12개로 축소시켰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분양원가 공개는 유명무실해졌다.
그런데 최근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에 관한 시행규칙’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를 통과해 3월 21일 이후 공공택지에서 공동주택 입주자 모집승인신청을 해야 하는 주택사업자는 입주자 모집공고 시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기존 12개에서 62개로 세분화해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분양원가 공개를 적용받는 단지들이 속속 분양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논란은 다음과 같다.
분양원가 공개를 찬성하는 대부분은 분양가에 대한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 및 기존 깜깜이 분양가격이 아니라 적정한 분양가격을 유도·정착시켜 주택가격 및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선분양제에 의한 주택공급을 하는 국내 주택공급의 특성상 소비자가 자신들이 지불하는 비용의 사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건설사가 제시하는 분양가를 지불해야 하는 현 주택공급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만도 일정부분 포함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건설사 측에서는 공시가격 공개 등의 부담으로 주택공급이 감소하고, 분양원가 공개 자체가 자유시장체제에서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즉, 소비자의 입장과 공급자의 입장에서 팽팽한 의견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견대립 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찬반의견으로 제시된 것들이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났는지를 확인하고 비합리적인 부분이 발생했다면,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될 것이다. 지난 10여 년의 기간동안 분양원가 공개와 비공개가 정책적으로 규제와 완화를 반복해 왔는데,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 여부를 우리는 지금까지도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즉, 지금 필요한 것은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서로의 입장에서 주장해온 찬반의견이 정말 맞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지난 8년 동안 규제완화로 인해 유명무실했던 분양원가 공개를 앞으로 동일한 8년 동안 공개하고, 정책의 결과확인 이후 향후 정책의 지속성을 고민하는 것도 늦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급격하게 상승한 분양가격에 대해서 국민들은 원가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최근 사회경제 트렌드에서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경험, 만족도 등에 대한 각종 정보를 쏟아내고 있고 또한 관심이 높아짐으로, 이는 곧 더 나은 제품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넘어서 ‘가심비’까지 요구하면서 내가 지불한 금액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고 있는데, 인생 최고의 고가제품을 소비해야 하는 주택시장에서만은 분양가격 산정에 대한 적정한 기준과 정보가 없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공급부족 문제도 줄어들었고, 저출산 고령화 등의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수요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주택시장이 주택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질 좋은 주택 공급 못지않게 지불하는 비용에 대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 이것이 바로 미래 소비자들이 주택시장에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남희용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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