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경제이슈] 공유경제

▲ 정승기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미국 UCLA 도시계획과 교수인 도널드 쇼프에 따르면 자동차는 평균 95%가량의 시간을 주차된 채로 있다고 한다. 또한 일본 총무성은 2013년 실시한 주택조사 결과 일본 내 전체주택에서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이 13.5%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근 이와 같은 유휴자산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거나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서 사용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경제활동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공유경제는 2008년 하버드 대학교의 로렌스 레식 교수가 재화를 여러 사람이 공유해 소비하는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를 언급하며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공유경제 산업은 우버(차량공유), 에어비앤비(숙박공유) 등 공유경제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실 책을 빌리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교환하고, 집의 유휴공간을 하숙이나 민박으로 활용하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공유경제 영역이 크게 확장하는 원인으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자산 보유자와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을 찾는 것이 용이해져 거래비용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소득감소로 이어지며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기존 경제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던지며 소유보다는 나누고 빌려 사용하는 방향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 것도 공유경제가 활성화된 요인으로 생각된다.

공유경제의 긍정적인 효과로는 소비자의 경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더 낮은 가격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생산자는 소비감소 등으로 일부 후생이 감소할 수 있으나 공유경제 플랫폼을 활용한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사회 전체적으로는 불필요한 생산과 소비를 줄임으로써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과 배분 및 환경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으며, 사회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을 고양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효과로 언급된다.

다만 공유경제는 기존 산업 및 제도와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인허가를 받은 자들만 영업행위를 할 수 있는 업종은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수익과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유경제 플랫폼을 이용하는 유휴자산 보유자들이 제도의 공백을 이용해 규제차익을 누리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공유경제 플랫폼을 이용하는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정보의 비대칭에 따른 소비자 보호 문제, 공유경제를 통해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 문제 등 해결해야 하는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이처럼 공유경제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으나 그 산업의 규모가 점차 커짐에 따라 각국은 이를 혁신의 기회로 삼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유경제의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제도를 정비해 혁신과 활력의 기회로 삼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정승기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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