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언의 문화 들여다보기] 무늬만 축제, 평균 예산 3천만원 밑돌아

미세먼지가 제아무리 극성을 부려도 봄은 왔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생기가 오르고 코끝을 스치는 훈풍에 절로 꽃향기가 기다려진다. 때맞추어 남쪽으로부터는 꽃축제 소식이 들려오고 전국의 지자체들은 1년 축제 농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최근 한 일간지의 ‘1만 5천개 지역축제의 진실···4천372억 써서 818억 번다’는 헤드라인이 눈에 띄었다. 봄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불편했다. 기사의 논지는 지역이 처한 위기 극복의 처방전으로 너도나도 축제를 선택했지만 차별화에 실패했고, 체류형 관광으로 연결하지 못해 적자 축제만 양산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 축제 성공사례로 화천 산천어축제와 함평 나비축제를 소개하고 있다. 내용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나라 축제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문화적 토양이 얼마나 거칠고 열악한지,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으로 형편없는 마구잡이 논리 속에 매몰되어 있는지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소위 ‘돈 버는 축제’를 생각하고 시작했다면 출발부터 잘못되었다. 사업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축제는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다. 외형적으로는 돈 먹는 하마다. 문화예술 분야에 경제적 논리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문화예술기관이나 예술축제에 돈 잘 버는 대기업 출신 임원 등이 지휘봉을 잡았다는데 성공 사례는 없고 문제점만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양산한 채 실패로 끝나고 있다. 그런데도 해외 유명 축제나 앞서 말한 기사에서 소개한 성공 축제 사례 등을 거론하며 모든 축제가 조금만 조이고 몰아붙이면 단기간에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착각을 부추기는 분위기는 옳지 않다. 외국에서 성공한 유명 축제들이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자하고 공을 들여 현재에 이르렀는지는 중요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는 반증 아닌가. 모든 사업가들이 재벌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든 고등학생이 서울대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당연지사인데 지자체장을 비롯한 관료조직이나 언론은 왜 유독 우리나라 축제에 대해서만 어이없는 시각을 내내 유지하는 것일까.

한편, 지역축제에 경제 논리를 들먹이는 상황의 기저에 썩 유쾌하지 않은 정치적 의도 역시 작용한다는 의심도 있다. 지자체장이나 관료조직이 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한 지역의 돌파구를 찾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안으로 축제를 선택했다면 비록 실패한다 해도 취지만은 높이 살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선거에서의 ‘표’나 부풀려진 가공의 ‘실적’만이 중요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현실에서 지역축제는 저예산을 투자하고 너무 많은 단 열매를 수확해야 하는 안타가운 현실에 방치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축제는 그들에게 내세워야 할 문화관광도시의 간판이고 구호일 뿐, 내용은 구색 갖추기와 짝퉁으로 전락할 뿐이다.

그다지 편하지 않은 편의시설과 볼거리 즐길 거리 없는 지역의 축제에 아이들 손잡고 봄나들이로 먼 길 달려가는 서민들의 기대와 정성을 생각한다면 지자체들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지역 축제의 부실과 문제를 지적하려면 이런 생각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1만 5천개 축제예산 고작 평균 3천만 원. 무늬만 축제, 대한민국 문화관광 앞날 어두워...’.

김동언 경희대학교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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