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앞세운 통진당 해산과 그 逆
또 여론 앞세운 한유총 해산 카드
개별 비리 핑계 삼는 삼류 정치 쇼
맺음말은 이렇게 돼 있다. ‘이석기=내란주체, RO=내란 조직, 비밀회합=내란음모. 이 등식을 두고 연결하려는 쪽과 끊어내려는 쪽이 이제 막 기소라는 전쟁에 나서려 한다…어느 한 쪽은 현실적 궤멸을 맞아야만 하는 냉험한 전쟁이다.’ 2013년 9월26일자로 쓴 칼럼이다. 이석기 사건이 과하다고 본듯하다. 법서(法書)를 무시한 여론 재판을 예상한 듯하다. 결국, 일방의 궤멸로 갔다. 이석기는 징역 9년을 받았다. 통진당도 해산됐다.
그리고 6년이다. 어제 전ㆍ현직 판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3명 혐의에서 같은 단어가 보인다. ‘통진당’이다.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소송에 개입했다고 한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다.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 소송 배당에 개입했다고 한다.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이다.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 행정 소송에 개입했다고 한다.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다. 바뀐 세상에서 이제 그들은 ‘사법농단 범죄자’다.
2014년 12월4일자 여론조사가 있다. ‘통진당 해산-찬성 60.2%, 반대 24.3%’. 박근혜 정부의 힘이었다. 2019년 2월1일자 여론조사가 있다. ‘사법농단법관 탄핵- 찬성 67.4%, 반대 24.1%’. 문재인 정부의 힘이다. 이석기의 공소사실은 그대로다. 통진당 강령도 그대로다. 그런데 평가는 바뀌었다. 5년 전 권력은 범죄라고 했고, 5년 뒤 권력은 누명이라고 한다. 이런게 여론이다. 그 여론도, 이 여론도 정의와는 무관한 숫자일 뿐이다.
비슷한 일이 생겼다. 한유총 해산 통지다. 서울시 교육청이 했다. 한유총의 사회적 해악이 이유다. ‘목적 이외의 사업 수행 및 공익을 해치는 행위가 설립허가 취소의 근거’라고 설명한다. 어렵게 말할 것 없다. 유치원 개학연기 투쟁 때문이다. 이 방식이 빌미가 됐다. 유치원 관련 3개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들어주지 않으면 유치원 개학을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3천 개 유치원이 참여할 거라고 공표했다. 협박이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애들 키우라고 준 돈 어디에 썼나. 가족 여행비로 썼다. 건강식품 사는 데 썼다. 아들 등록금에 보탰다. 2천500만 원짜리 도자기 샀다. 루이뷔통 가방 사서 들고 다녔다. 잊기엔 너무 가까운 날의 기억이다. 일부의 얘기라며 억울해할 일도 아니다. 회계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이걸 막는 게 국가의 책임이다. 3법 개정안은 그래서 나왔다. 이걸 못하겠다는 것 아닌가. 안 받겠다며 버티는 것이다. 참 나쁜 투쟁이다.
늘 그랬듯이 여론조사가 등장했다. 81%가 교육부 개혁에 찬성한다고 했다. 한유총 입장 찬성은 23%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번에는 교육부가 직접 조사해서 뿌렸다. 어색한 긴급재난문자도 등장했다. 지진이나 미세먼지가 아니다. 유치원 사태 안내 문자다. 학부모 아니어도 다 보냈다. 개학연기 투쟁 전날의 일이다. 결국, 여론 작업이 성공했다. 한유총이 백기를 들었다. 개학연기 투쟁을 포기했다. 여기까지가 딱 좋았다.
너무 갔다. 어차피 이익집단이다. 유치원들이 만든 단체다. 그런 단체가 세상엔 차고 넘친다. 노동자의 이익을 노총이 대변한다. 해산시키지 않는다. 경영자의 이익을 경총이 대변한다. 해산시키지 않는다. 투쟁 방식 역시 그들의 선택이다. 턱없으면 안 들어주면 그만이다. 개학 연기 협박이 실패한 것도 그래서다. 그랬으면 됐지…. 왜 단체해산 카드까지 꺼내나. 협의권ㆍ공모자격 뺐고 재산까지 몰수하려는 이유가 뭔가.
권력 남용이다. 여론 80%를 왜곡한 독재적 발상이다. 개별 유치원 비리를 핑계 삼는 얕디 얕은 정치 쇼다. 하필 그날, 통진당 강제 해산 판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 흔한 말을 이래서 처음 써 본다. 내로남불.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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