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감정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세요
Q: 고2 여학생인데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친구사이에서 자꾸 눈치를 보게 되고,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고, 평소 제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뭔가 기분도 자주 꿀꿀하고, 이렇게 지내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A: 뭔가 생활에서 만족스럽지 않고 불편한 마음이 계속 드나 보네요. 또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답답함과 혼란스러움이 느껴집니다.
내 마음을 잘 돌보지 않고 주위 사람이나 환경에만 맞추다 보면 어느 새 마음이 힘들어지고, 심하면 병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 친구의 경우에는 먼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구체적으로 자각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감정과 욕구를 잘 알아차리고 그것을 잘 표현하게 될 때 지금의 불편한 상태에서 호전될 수 있습니다.
유쾌한 감정은 유쾌한 감정대로 충분히 느끼고, 불쾌한 감정은 불쾌한 감정대로 충분히 느껴보는 게 좋습니다. 처음에는 구체적인 감정이 잘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지금의 내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이름을 붙여보다 보면 어느새 나의 구체적인 감정을 잘 자각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 ‘그냥 불편하다’, ‘기분 꿀꿀하다’로 끝내지 않고, ‘내가 지금 화가 나 있다’, ‘내가 지금 불안하다’, ‘지금 내가 서운하다’, ‘지금 나 외롭다’, ‘나 지금 창피하다’ 처럼 좀 더 구체적인 감정을 찾아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지금 상대가 나에게 ~~행동한 게 나에게 ~~로 생각되어 지금 ~~한 감정을 느낀다’ 로 말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감정의 이유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A친구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내게 인사도 안하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난 상황이 있다고 합시다. 그럴 때, ‘나는 그 친구가 나를 무시하는 걸로 여겨져 무척 화가 났어’, 또는 ‘그 친구가 나의 호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서운하고 창피감이 느껴졌어’라고 표현해볼 수 있습니다. 또 그 과정에는, 그 친구와 편안하고 친근하게 연결되고 싶었던 나의 욕구가 좌절된 슬픔도 있습니다. 또한 나의 행동에 상대도 존중으로 반응해주기를 바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욕구와 기대들이 좌절된 아픔이 있었던 것이지요.
다시 정리해보면, ‘나는 그 친구가 나의 호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서운하고 창피감에 화까지 났어’, ‘나는 그 친구와 친밀하게 인사를 나누고 싶었고, 나에 대해 존중받고 싶었는데 그것이 좌절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파’ 처럼 감정과 욕구를 포함한 말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이러한 마음을 그 상대에게 표현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상대는 내 마음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마음과 입장을 표현할 것입니다. 결국 소통이 일어나는 거지요.
하지만, 상대가 안전한 대상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는 직접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좀 더 안전한 대상들과 마음을 나누거나, 개인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부분을 혼자하기 어렵다면 가까운 상담센터(1388)에서 도움을 받기를 권합니다.
요약하면, 나의 감정과 욕구를 누르거나 묻어두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알아차리고 그것을 표현해갈 때 마음의 상태가 호전되고 마음에 힘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한 발 한 발 연습하다 보면 많은 진보가 있을 것입니다.
남영후 수원시청소년재단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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