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나는 평화를 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마을에 나무를 심는 사람이 있었다. 10만 개의 씨앗을 뿌려 2만 개의 싹이 트고, 그중에서 절반만 살아남았다. 모두가 반신반의했지만, 꾸준히 나무를 심고 번식을 연구했다. 그의 나이 55세, 누가 봐도 그가 나무의 열매를 보지 못할 것을 알았다. 30여 년이 흐르고 나서 그곳은 생명의 숲이 됐다. 애니메이션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프레드릭 백의 ‘나무를 심은 사람’ 스토리다.

지난 주말 북미정상회담이 막판에 결렬돼 안타까움이 컸다. 그러나 불과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남북의 관계는 삭막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평창동계올림픽으로 평화의 마중물을 마련했다.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두 번의 북미정상회담은 우리가 모두 함께 뿌린 평화의 씨앗이다. 열 그루 중 한 그루만 살아남는 더딘 시간이라도 기필코 숲이 될 것이라는 믿음만이 유일한 거름이다.

이제 남북 관계는 냉전과 갈등을 넘어 평화와 번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지방자치 현장에서 역할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도의회는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평화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11월 강원도의회와 DMZ 공동개발을 담은 평화업무협약을 맺었다. DMZ는 자연의 보고(寶庫)다. 남북 분단 이후 자연 그대로 보존돼 바이오 자원이 무궁무진하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천혜의 자연이며 향후 관광명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에서 강원도까지 이어지는 한반도 허리, DMZ를 양 지역이 함께 보존하고 가치를 높이는 일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부지불식 간에 남북 교류의 문이 열린다면 이미 때늦은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인천시의회와 평화업무협약을 맺고 ‘평화의 뱃길’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논의했다. 남북 관계의 변화 속에서 철도와 고속도로 등 육로의 길을 복원하고 개발하는 사업은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바닷길을 잇는 사업은 다소 관심이 부족한 듯하다.

남북 단절 이후 대한민국은 섬 아닌 섬이 됐다. 잇따르는 해상사고로 말미암아 바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평택에서 파주 임진강까지 142㎞ 연안은 역사적으로 물산의 교역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사고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평화의 뱃길에서 문화 다양성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양성은 자치분권 시대의 최고 경쟁력이기도 하다. 또한, 바다를 희망의 대명사로 부르듯이 풍부한 해양 자원과 함께 바닷길의 발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나는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처럼 씨앗 열 개 중 하나가 살아남는다고 해도 희망으로, 믿음으로 평화를 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접경지역은 분단의 끝이 아니고 평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한 명의 열 걸음은 실적이 되지만 열 명의 한 걸음은 기적을 만든다. 그 기적을 DMZ에서, 평화의 뱃길에서 만들어내고자 한다. 평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달, 3월이 시작됐다. 백 년 전, 선조들이 대한독립을 세계만방에 알리던 평화의 외침을 가슴에 새기면서 결연한 의지로 경기도민과 함께 평화를 심으련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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