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치료에도 통증 반복되면
‘회전근개 파열’ 마지막 단계
더 늦기 전에 전문의 치료를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의 어머니 한 분이 자녀들과 함께 근심 어린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섰다. 엊그제부터 갑자기 오른쪽 팔이 올라가지를 않아 꼼짝할 수가 없다고 했다. 심지어 숟가락질도 할 수가 없어 일상생활이 매우 힘든 상태라며 큰 병은 아닐지 매우 걱정스러워 했다. 어깨 통증이 시작된 지는 3년이 조금 넘었고 그동안은 아플 때마다 동네병원에서 어깨에 주사를 맞으면 좋아져 특별한 치료 없이 10회 이상 주사를 맞아왔는데 이번에는 주사를 맞았음에도 전혀 움직일 수가 없다며 걱정이 되어 부랴부랴 병원을 찾은 것이다.
정밀 검사 결과 어머님은 회전근개 힘줄이 이미 다 끊어져 팔을 들어 올릴 힘줄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상태로, 봉합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회전근개 파열의 마지막 단계였다. 이런 경우 본인의 관절을 살려내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고 수술을 통해서만 회복이 가능한 즉,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상태이다. 어머니는 인공관절 수술 후 2주 만에 만족해하며 퇴원을 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파열의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만약 파열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진통 소염제, 주사요법, 스트레칭 등의 보존치료로, 파열의 크기가 크다면 봉합술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찢어진 부위가 점차 넓어져 수술 범위가 커질 뿐만 아니라 근육조직이 지방조직으로 변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봉합을 하더라도 재파열되는 빈도가 증가한다. 하지만 봉합술을 할 수조차 없는 상태에 이르면 인공관절이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어깨통증에 염증 주사라고 알려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경우가 흔히 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비교적 빨리 염증 증상을 완화하므로 상태가 심각하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당뇨나 임신 등의 금기가 있지 않다면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치료방법이지만 계속해서 주사만을 맞는 경우 부작용이 누적되어 관절의 수명이 짧아지거나 감염의 위험이 있어 대개 3~5회까지만 전문의 처방 하에 신중하게 맞을 것을 권장한다.
진료실에서 다시 만나게 된 어머니, 다시는 세수도 숟가락질도 본인 손으로는 못할 줄 알았는데 인공관절 수술이 잘되어 너무 다행이라며 내 손을 꼭 잡고 환한 표정으로 고맙다는 말을 연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그 동안 주사만 맞으면 다 낫는 줄 알고 제대로 된 치료 없이 10번 이상 어깨에 주삿바늘만 찔러댄 것이 너무 후회가 남아요. 이제 인공관절 수술을 해서 식사랑 세수도 할 수 있게 됐지만 내가 옛날로 돌아간다면 다시 주사는 안 맞을 거예요.”
내 관절을 살려서 잘 쓰는 것이 뭐니뭐니해도 최고이다. 수차례의 주사치료에도 팔에 힘이 없고 통증이 반복된다면 더 늦기 전에 정밀검사를 통해 상태를 점검 받은 후 정형외과 전문의 처방에 따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박성범 이춘택병원 제3정형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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