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세종시와 대통령 집무실

지난 2월7일, 세종시 어진동에 있는 빌딩에 이삿짐을 나르는 차량과 사람들로 붐볐다. 설 연휴가 끝난 첫 월요일이어서 인지 유달리 추위가 느껴지는 아침, 행정안전부 직원들은 새 사무실로 이사를 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이 건물도 행정안전부 건물이 아니어서 새로 건립되는 정부 세종3청사가 완공되면 또 한번 이사를 해야 할 형편이다.

어쨌든 이렇게 행정안전부가 이전해 오고 오는 8월에는 경기도 과천에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려오게 되면 대한민국 행정기능의 70% 이상이 세종시에 몰리게 되는 셈이다.

세종시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관련 종사자까지 합치면 3만명 이상이 한 공간을 점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행정수도’로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번잡함으로 많은 예산이 거리에 버려지고 비효율이 누적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세종시에서 국회상임위원회를 열수 있게 국회분원을 설치하자는 것.

사실 세종시의 공무원들이 서울을 가야할 가장 큰 이유는 국회 출장이다. 특히 수시로 열리는 상임위원회에 장관이 출석하면 국ㆍ과장이 따라 가게 되고, 국ㆍ과장이 움직이면 그 밑의 실무급 직원들도 덩달아 쫓아가야 한다.

이렇게 하여 지출되는 출장비가 1년에 200억 원 이상이 되고 있으니 길에다 버리는 국민세금이 5년이면 1천억 원이 된다는 놀라운 계산이 나온다.

금전적 문제 뿐 아니라 그에 소요되는 시간낭비까지 따지면 정말 그냥 눈감고 지나갈 문제가 아니다. 다행이 ‘세종시 의사당 기본설계비’로 10억 원의 예산이 통과되었으니 보다 빠른 속도로 국회분원이 추진되리라 본다. 그것이 기왕 세종시를 만든 지금, 세종시를 위해서도 그렇고 국가기능의 효율화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과연 세종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두느냐 하는 것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연말 국무회의에서 새로 건립되는 정부 세종3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의 필요성 검토를 말한 바 있다. 물론 이 역시 행정의 효율성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나온 발언이라 본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청와대 집무실의 광화문시대가 사실상 무산된 마당에 세종시 집무실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사실 청와대의 광화문시대가 나온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불통’(不通)을 불식시키고 국민곁으로 다가서려는 것 이였으나 광화문이 갖고 있는 문제점, 이를테면 경호나 헬기장, 영빈관 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따라서 이참에 세종시에 대통령 집무실이 마련된다면 그 상징성으로도 행정수행의 큰 에너지 역할을 할 것이다. 상징성 뿐 아니라 때때로 국무회의를 주재하거나 주요 국가 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세종시를 활성화 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정말 42개 중앙행정기관이 밀집해 있고 대한민국 행정기능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세종시를 지금처럼 두고 만 볼 수는 없다.

이것은 이념의 진영논리도 없고, 여야전쟁도 아니며 20년 세월을 이어온 그동안의 땀과 비용에 대한 국가 미래를 위한 대답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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