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누군가는 따분하고, 지루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알고보면 클래식처럼 쉽고 재미있는 음악도 없다. 클래식에는 한 인물의 생애부터 한 나라의 역사까지 무수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정승용 지휘자는 26일부터 12월까지 매주 격주 화요일마다 독자들에게 ‘정승용의 The 클래식’으로 시대별, 작곡가, 직품, 연주자 등 다양한 클래식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수원 출신인 그는 세계 3대 음악원인 폴란드 쇼팽음악원 작곡과 석사, 빈국립음악대학교 대학원 작곡과 박사, 그라츠국립음악예술대학교 대학원 작곡과 석사를 취득한 뒤 외국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전체 기독음악 총감독과 지휘를 역임했다. 한국인 최초 오스트리아 제1국영방송 ORF1이 선정한 세계음악가로 등재됐으며, 외국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전체 기독음악 총감독과 지휘를 맡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제에 항거한 시인 ‘이육사의 시’를 담은 곡을 작곡하는 등 세계 속에서 한국의 클래식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정 지휘자와 함께 클래식 세계로 빠져보자. 편집자주
‘음악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답변을 해야 상황이 온다면, 과연 어떤 답변을 할 수 있을까. 문득 듣기에는 너무도 쉬운, 바보 같은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정확하고 명확한 답변을 하기에는 무척 어려운 질문일지도 모른다. 사전적 의미로 음악은 ‘소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시간예술’ 또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영역의 음과 소음을 소재로 하여 박자·선율·화성·음색 등을 일정한 법칙과 형식으로 종합해서 사상과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 등으로 정의돼 있다.
필자는 음악을 깊이 배우고, 진정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을 선택했고, 18여 년 이란 긴 시간 동안 폴란드, 독일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 공부하며 활동을 했다. 폴란드에서 첫 유학을 할 때의 일이다. 지도 교수님께서 어느 날 별장으로 초대 해 주셨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레슨을 벗어나 음악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교수님과 동구권음악, 폴란드음악 그리고 한국음악에 관하여 많은 얘기를 나누던 중, 필자에게 물으셨다.
“클래식음악이 뭐라고 생각하나?”
필자는 주저 없이 “음악사적으로 본다면 고전파음악이고,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서양의 전통적인 음악을 클래식 음악이라 말한다”고 답했다.
교수님은 내 얼굴을 묵묵히 바라보시다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지셨다. “그럼, 음악은 뭐라고 생각하나?”
음악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유럽의 음악을 배우기 위해 필자가 처음 선택한 그곳 폴란드에서, 그것도 폴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교수님께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아직 음악가가 아닌 음악에 열정이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 무언가 거창한 대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음악은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 앞에 머릿속은 멍해졌고, 한동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재미있으셨는지, 교수님께서는 껄껄 웃으시면서 간단하
지만 깊은 답변을 주셨다. “음악은 먹고 마시는 거라네.”
이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해답을 찾기 위해 유럽에서 그토록 긴 시간을 헤매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필자는 학생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그리고 머뭇거리는 학생들에게 말하고 있다. 음악은 먹고 마시는 거라고. 거창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바로 우리의 생활이라고.
정승용 지휘자•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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