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은 권력이 휘두른 통치행위
지역구·여당 의원에겐 무한 책임
대안은 특례시… 입법에 앞장서야
수원에는 두 명의 ‘장관님’이 있다. 지금의 ‘장관님’은 김진표 국회의원이다. ‘의원님’이어야 맞는데, ‘장관님’이라 부른다.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해서다. 이보다 앞선 ‘장관님’은 고(故) 이병희다. 무임서 장관을 했던 이후부터 불렸다. 수원 국회의원을 일곱 번이나 했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수원의 정치, 사회, 행정이 모두 그의 권한이었다. 지역 내 위세(威勢)에 관한 한 ‘이병희 장관님’은 ‘김진표 장관님’의 몇 수 위다.
그 ‘이 장관님’이 입에 달고 산 자랑이 있다. 삼성전자 수원유치, 경기도청 수원유치다. 지지자들은 ‘이병희만한 업적이 어디 있느냐’고 추켜 세웠다. 반대자들은 ‘그게 이병희 혼자 한 것이냐’고 깎아내렸다. 본인은 정치 인생 내내 치적으로 삼았다. 그가 딱 한 번 선거에서 졌다. 그때 불거진 건 ‘뉴코아 입점’설이다. 재래시장 상권이 분노했다. ‘이 장관님’이 도왔다는 소문이 났다. “내가 해준 것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낙선했다.
그게 정치다. 밑도 끝도 없이 치적과 책임에 엮여 든다. 지역구에 생긴 모든 일의 주인공이 된다. 좋은 일이면 성과고, 나쁜 일이면 책임이다. 지금 ‘김 장관님’에게 책임질 일이 생겼다.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 사업의 예타면제 탈락이다. 팔달구와 권선구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분노는 옆 지역구 ‘김 장관님’에까지 향하고 있다. 지역구 책임자라서가 아니다. ‘김 장관이 뛰어줬으면 됐을 텐데, 돕지 않았다’는 원망이다.
토론의 끝이 정치에 있다면 이 말이 맞다. 김진표 의원은 거물이다. 청와대와 말이 되는 사람이다. 당연히 도왔어야 했다. 김영진 의원은 팔달구 책임자다. 삭발이라도 하며 싸웠어야 했다. 백혜련 의원은 권선구 책임자다. 직을 걸고라도 해냈어야 했다. 다들 책임지라고 난리다. 낙선 운동 펴겠다는 이들도 많다. 그런다 치자. 책임 지워 낙선시켰다 치자. 뭐가 달라지나. 신분당선이 부활하나. 경제 부총리가 눈이라도 끔뻑하나.
애초 토론의 끝은 정치가 아니다. 통치다. 수도권 역차별을 지나 수원 역차별까지 왔다. 언제부턴가 통치의 공식이다. 지방세법 개정안이 있었다. 천문학적 수원 예산이 날아갔다. 권력 입장은 ‘수원은 잘사니까’였다. 수원 방문의 해 사업을 신청한 적이 있다. 지원은 다른 곳으로 갔다. 그때도 권력 입장은 ‘수원은 잘 사니까’였다. 지난주에 트램시티 떨어졌고, 이번 주에 신분당선 떨어졌다. 이번에도 이유는 ‘수원은 잘 사니까’다.
통치 중심엔 국가균형발전론이 있다. 그 타깃에 경기도가 있다. 전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道)라서다. 그 중심에 수원이 있다. 전국에서 가장 잘 사는 시(市)라서다. 박근혜 정부의 ‘지방세 탈취’도, 문재인 정부의 ‘신분당선 박탈’도 그런 논리로 집행됐다. 수원 국회의원이 끼어들기엔 버거운 영역이다. 앞으로도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계속해서 뺏기는 수원이 될 것이다. 제2의 트램시티 탈락, 제2의 신분당선 배제가 이어질 것이다.
캄캄해지니 작은 빛이 커 보이나. 특례시로 눈이 간다. 왜 ‘특례시, 특례시’ 했는지 알 것도 같다. 시(市)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쥐꼬리만 한 자치권이지만 준다고 한다. 수원시가 그 쥐꼬리를 가늠해 봤다. 대략 14개 분야, 23건의 특례사무가 발굴됐다. 약간의 인사권, 약간의 계획권, 약간의 허가권…. 정말 작은 권한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낫다. 이유도 모르고 뺐기는 것보다는 낫다. 대책도 없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낫다.
때마침 권력의 약속도 있었다. 대통령 입으로 ‘특례시 주겠다’고 했다. 지방자치법 개정안까지 만들었다. 수원시가 권력에게 받을 모처럼의 ‘은총’이다. 그런데 이게 겉돌고 있다고 한다. 국회가 안 보고 있다고 한다. 김영진ㆍ백혜련 의원과 ‘김 장관님’의 일이다. 국회를 흔들어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수원-고양ㆍ용인-을 특례시로 만들어 내야 한다. 역차별 대처의 작은 시작쯤은 되는 일이다. 신분당선 책임을 조금은 갚는 길이다.
삼성전자는 그가 유치한 것일까. 뉴코아 백화점은 그가 봐준 것일까. ‘이 장관님’은 앞의 것은 ‘내가 했다’고 했고, 뒤의 것은 ‘내가 안했다’고 했다. 다 부질없는 논란이었다. 정치인의 치적과 책임엔 이유가 없다. 그 일이 있을 때 그곳의 있었다면 그게 치적이고 책임이다. 신분당선 빼앗긴 곳에, 김진표ㆍ김영진ㆍ백혜련 의원이 있었다. 그들의 권한 밖이었음은 안다. 하지만, 이 역시 여당 소속 국회의원의 책임이다. 달게 받아야 한다.
다행히 용서받을 기회-특례시 입법 숙제-는 주어지지 않았나. 감사하며 뛰는 것 외에 수가 없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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