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 금융기관 등 경제주체들은 수입대금 지급, 단기 자금 조달 등 다양한 목적으로 외화 자금을 필요로 한다. 평상시에는 외화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나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발생하거나 우리나라의 국가위험도가 높아져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총신용공여 규모(exposure)를 급격히 축소할 경우 국내은행들의 단기 외화차입금 차환(roll-over)이 어려워지고 차입 가산금리가 일시에 급등해 차입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전반적인 외화자금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말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로 많은 관객을 끌며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국내외 경제상황을 살펴보면, 1990년대 중반 무렵 우리나라의 해외 단기 외화차입 규모가 증가했고 경상수지 적자도 누증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이에 영향을 받아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된 기존 외국자본이 단기간에 급격히 유출되면서 결국 우리나라는 높은 금리 등을 조건으로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됐다.
그 뒤 2008년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당시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극심한 신용경색이 발생해 해외 금융기관의 자금회수가 가속화되면서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이 크게 악화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금융위기의 사례에서 보면, 단기외채가 많거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거나 외환보유액이 넉넉하지 않은 국가의 경우 대외부문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역거래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거나 금융시장이 개방돼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자본의 비중이 큰 경우에도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기에 취약한 모습을 나타낸다. 자본 유출에 대한 취약성이 높은 상황에서 해당 국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외화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터키, 아르헨티나 등 일부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환율이 큰 폭 절하되고 자본이 급격히 유출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긴장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요 아시아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면서 취약 신흥국과 차별화된 모습을 나타내었다.
따라서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을 견고히 유지하고 대외불균형이 누적되지 않도록 대외건전성 지표를 관리해 국제시장에서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보라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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