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관 칼럼] 5당 작당 국회의원 증원 꼼수,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

“정치인들 때문이죠. 그들이 포퓰리즘으로 국고를 탕진하고 탈세로 공무원과 업자를 살찌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그리스의 처참한 현실을 보고 아데네의 대학교수가 한 말로, 김동길 박사(연세대 명예교수)가 어느 강연에서 그 교수의 말을 전했다.

그렇다. 우리나라도 그리스를 따라가 그 꼴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치가 잘못되면 그 꼴이 된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다수의 국민의 뜻과는 달리 국회의원 수를 늘리려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마치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정치가 변할 수 있는 것처럼 명분을 내세워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귀재들인 정치인들이 모여 소위 5당 합의라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내놓고 국민 여론의 흐름을 보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폐지, 세비삭감 등 조건으로 의원 수를 늘리자는 주장도 하며 일부 언론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모두 국민을 호도하는 꼼수다. 국회의원 특권도 내려놓고 세비도 삭감하면서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사를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불신 당하여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임을 자각하고 특권폐지, 세비삭감 등 모든 노력을 다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일이 시급한 것이지 국회의원 증원이 시급한 때가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각정당의 득표율에 따른 국민의사를 고루 반영 하려면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현 지역구의원 수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더 줄이면 농ㆍ어촌 지역구가 줄게되어 지역구의원은 줄일 수 없으니 비례대표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며, 증가할 의원 수를 30명(현의원 수와 합하면 330명)에서 60명(360명), 더 나아가 100명(400명)까지 거론하고 있다. 소수3당은 자신들의 의석을 많이 가지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거대2당은 국회의원 증원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의식해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증원은 논의 할 수 있다는 합의를 해주어 속내는 증원을 반대할 생각이 없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면 모든 정당이 기존 의석 수는 그대로 챙기고 증가하는 의석도 더 나누어 가지게 되므로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격으로 각정당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국민여론이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를 가져가도록 선거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전체 국회의원 예산은 동결하되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78.5%가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것이라도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는 안된다’며 반대했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 정치불신이 극에 달하여 국회의원 수를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판에 의원 수를 늘리겠다는 것은 국민이 절대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첫째, 현재 지역구의원 수는 이해관계가 첨예하여 줄일 수 없으니 비례대표의원을 늘리자는 것이야말로 정치권이 기득권에 안주하여 자기들의 몫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이는 국민의 의사를 저버린 지탄 받을 일이다. 국민이 국회의원 수가 많다고 하면 그 수를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

둘째, 농ㆍ어촌 지역구를 줄이지 않고 지역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권역별(예컨대 6개권역) 의원 수를 정하고 그 안에서 인구편차가 2대1이 되게 하거나, 도시형 지역구(예컨대 50만 이상)와 그 외의 지역구로 나누어 그 안에서 인구편차를 2대1이 되게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현행 선거법에도 제주도는 인구와 관계없이 국회의원을 3명으로 하고 세종시를 1개 지역구로 하는 특례를 두고 있다.

셋째,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꼭 필요하느냐의 문제다. 이 제도를 폐지하더라도 지역구 의원 선출을 중ㆍ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소수정당도 국회의석을 가질 수 있고, 중ㆍ대선거구제도로 바꿔 줄어드는 의원 수를 비례대표 몫으로 해도 된다.

정치권은 자기 몫의 밥그릇 챙기기에 귀재인 정치인들이 모여 국회의원 수를 증원하려는 야합과 꼼수를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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