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을 보는 불편한 심경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착공식’이란 긴 제목의 행사가 어제 오전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열렸다. 당초 남북은 10월 하순부터 경의선, 11월 초부터 동해선 철도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시작하고 착공식을 11월 말~12월 초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 측이 ‘속도조절’을 강조하면서 어려움을 겪다 지난 24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협의 절차가 완료돼 열리게 된 것이다. 사실 말이 ‘연결’이지 우리가 새로 철도를 깔아주는 ‘신설’이다. 착공식은 하지만 유엔 제재 때문에 진짜 공사는 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착공 없는 착공식이다.

오죽하면 ‘착수식’이라는 용어까지 차용하다 ‘착공식’으로 바꾼 상황이 딱하기까지 하다. 이번 착공식을 보면서 국민들은 감동보다 무관심과 불편이 앞서는 것을 느낀다. “목구멍에 냉면이 넘어가느냐”고 우리 기업 총수들에게 막말을 했던 리선권이 참석한 것을 보면 북한의 의도는 간단하다. 공짜로 그것도 최신식으로 북한지역 철도를 완전 판갈이 해달라는 소리다.

정부는 이번 ‘착수식’을 민족이나 평화 같은 상투적 용어를 써가며 떨어진 지지도를 만회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엄청난 오산이다. 정말 북한의 철도를 새로 깔아주고 싶다면 첫째, 예산은 얼마나 드는지 둘째, 철도 건설 후 경제적 효과는 무엇인지 셋째, 유사시 철도연결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처하는 안전장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북한 내 철도·도로 연결 예산은 세부 내역조차 없다. 정부에서 밝히지 않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산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시기도 명확하지 않은 이 사업에 올인해선 안 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5년에 경의선 복선전철화에 9조1천억 원, 동해선 단선전철화에 10조 원이 들어간다고 계산했다. 13년 전에 20조 원가량 들어간다고 했으니 지금은 어느 정도인지 말할 필요도 없다. 경제성 여부도 의문투성이다. 시베리아철도, 중국경유철도를 통해 화물운송 운운하면서 필요성을 강조한들 현실에선 어림도 없다. 과거 대형화물이 많았을 때는 몰라도 지금은 반도체 등 소형·고가(高價) 제품이 대부분이라 비행기나 선박이 대종이다.

착공식을 통해 남북 간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고 핵위협이 사라진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부의 대 북한 인식이 순진하다기 보다는 국민을 기만하는 불순한 이념적 목적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착공식은 끝났지만 정부는 속도에 집착하지 말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명확하고 실천이 수반된 조치를 보면서 접근해야 한다. 유엔과 미국의 제재와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 그리고 한마디 더 하자면 남북 철도 연결보다 KTX사고 위험부터 없애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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