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Q&A] 조언할때마다 화를 내는 아이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사랑하는 부모돼야

Q. 어릴 때는 말도 잘 듣고 세상 더 없이 예쁜 딸이었는데 중학생이 되고 사춘기가 되면서 제가 하는 말마다 반대하고, 짜증내고 소리를 질러요. 자기 혼자 화가 나면 나에게 할 소리 못 할 소리 가리지 않고 막 질러댑니다. 아파트 다른 주민보기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저도 같이 화가 나서 결국 똑같이 소리 지르고 험한 말 튀어나가고 어쩔 때 는 등짝을 후려쳐서 조용히 시키게 되고, 결국은 딸이 울면서 끝이 납니다. 딸이 친구들하고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조언을 해주면 내 조언이 마음에 안 드는 건지 결국 화를 내고, 기본적인 습관 들(청소, 정리, 청결)을 이야기 하면 눈빛부터 달라지며, 마치 엄마인 나를 무시하는 거 같습니다. 사달라는 건 다 사주고 부족함 없이 키우려고 노력해왔는데, 내가 좀 더 권위가 없어서 내 딸이 나를 무시하는 건 아닌지 생각도 들고…. 내가 우리 딸 사회에서 제대로 된 사람으로 키워야 할 텐데 이렇게 막 되먹게 키워서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사이가 좋았던 딸과의 어긋한 관계가 반복되는 상황이 서운하고 당혹스러우실 거 같습니다. 사춘기가 접어들면서 달라진 모습으로 부모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딸은 엄마가 좋은 의도로 잘되라고 하는 말인데도 그 마음을 몰라주고 화를 내고 듣기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자녀들이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내가 잘되게 도와 달라“는 게 아닙니다. 물론 그런 친구도 있긴 하겠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자녀들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 해 달라“고 원하죠. 자녀들이 하루의 일을 이야기 하고 힘들었던 이야기를 할 때 우리 부모님들은 ‘그건 이렇게 하면 좋지. 그러면 저렇게 될 텐데?’ 하고 걱정을 하시죠. 우리 아이가 남들에게 피해안주고 욕 안 먹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라게 하는 게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하시기 때문이겠죠.

물론 부모님의 중요한 역할인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선생님도 하시고, 이웃도 할 수 있고, 선배, 후배도 할 수 있는 일이지요. 가장 중요한 부모의 역할은 첫 번째!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고 알게 해주는 것! 이것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 줄 수 있고, 실수해도 다시 일어나고 자신을 토닥여 줄 수 있는 힘이 되는 중요한 자원이 됩니다. 아이는 아무리 좋은 옷을 사주고, 학원을 보내주고, 용돈을 많이 주고 하여도 마치 사탕만 먹은 것처럼 배가 고파 합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아이에게 ‘엄마는 나를 좋아해‘ 라는 확신을 주시면 아이는 밥을 먹은 것처럼 배가 부르고, 여유가 생겨서 화가 적게 나게 될 것입니다. 정리를 해보자면 지금 내가 잘되게 도와주는 엄마의 역할을 조금 줄이시고, 아이에 편에 서서 지지해주고 이해받는다고 느껴지도록 해주는 엄마의 역할을 조금 늘려 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손미란 수원시청소년재단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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