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화창하고 따뜻했던 12월의 첫날, 의미 있는 나눔을 위해 600여 명의 시민들이 인천 차이나타운에 모였다. 인천적십자사에서 주관한 방한용품 나눔 프로젝트 ‘나눔 션샤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개항도시인 인천은 1883년 개항 이후 서구의 근대문화가 집중적으로 들어오며 국내 항구도시로 큰 역할을 했다. 개항기 건축물을 고쳐 인천시민에게 문화예술 향유의 광장으로 반환된 개항장 문화지구는 한국근대문학관, 인천개항박물관, 대불호텔, 자장면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그 가치가 더 큰 곳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배경이었으며, 이 날은 새롭게 나눔의 장으로 탈바꿈되었다.
매년 이맘때 적십자에서 실시했던 혹한기 에너지 취약계층 방한용품 지원 사업을 어떻게 하면 시민들과 함께 나눔과 봉사라는 의미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나눔 션샤인’은 많은 볼거리와 스토리를 담는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 여행과 방한용품 키트 제작 활동을 결합한 볼룬투어(Volun-tour)프로그램으로 새롭게 기획되었다.
볼룬투어는 자원봉사(volunteering)와 여행(tour)의 합성어로 여행을 통한 자원봉사라는 의미이다. 볼룬투어는 여행을 통해 그 지역의 숨겨진 문화를 만나는 경험뿐만 아니라 가치 있는 봉사활동을 제공함으로써 그 지역사회에 지속발전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 내게 된다.
여행을 통한 나눔이라는 다소 낯선 프로젝트였으나, 지역사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대치를 훨씬 웃돈 6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주었고, 총 19개 기관이 후원한 기부금은 모금목표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를 기반으로 방한장갑·방한양말·넥워머 등 방한용품 7종으로 구성된 방한키트 1천 세트를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제작하였으며, 지난 3일 인천 관내 10개 군·구의 취약 가정에 각 100개씩 총 1천 세트 지원할 수 있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2015년부터 시민참여 나눔 프로그램으로 ‘함께 걷자 인천페스타’, ‘선한 Festival’, ’희망오르기’ 등의 행사를 기획해왔다. 위기 취약가정을 발굴하여 생계비와 의료비,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긴급지원, 계절적 시기에 적절한 물품을 지원하는 물품지원 사업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올겨울에는 혹한기 취약계층을 위한 방한용품 지원 프로젝트 ‘나눔 션샤인’이 더해졌다. 인천의 근현대 문화가 섞여 다양한 매력을 고루 보여줄 수 있는 개항장 문화지구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나눔을 할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
찬바람에 온몸이 절로 움츠러드는 날씨에 타인을 위한 나눔의 손도 움츠러들 수 있는 요즘, 보다 의미 있는 나눔에 함께하고자 자신의 돈과 시간을 기꺼이 내어 준 시민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정치인 윈스턴 처칠은 “우리는 일로써 생계를 유지하지만,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 나간다”라는 말처럼 나누면서 얻게 되는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통해 우리의 삶은 한결 높은 차원으로 완성된다. 더불어 나눔이 더욱 새롭고 즐거울 때, 우리 사회의 온기는 더욱 널리 퍼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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