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중고차 수출단지와 소통시정

지난 10월22일 인천상공회의소와 인천항발전협의회가 황급히 ‘내항 4부두에 중고자동차 수출전용단지 조성’ 건의문을 인천시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항만공사에 각각 전달했다. 이는 이틀 전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이 올해 안으로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에서 이전할 텐데, 인천지역 내에 대체부지가 없다면 다른 지자체와 대체부지 마련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관계 기관의 대체부지 추진 논의가 더 늦어지면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물량 25만대가 한꺼번에 타지역으로 이탈된다는 거다. 얼마 전 한국GM이 신차 수출물량 6만대를 평택항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혀 인천항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어서 충격이 만만찮다. 주민 민원과 지역경제가 고민하는 현안이어서 인천시의 역할이 크다.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 물동량은 2015년 18만7천대(전국 대비 89.0%), 2016년 19만8천대(86.5%), 2017년 25만2천대(88.1%)를 기록했다. 이처럼 물량이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올해 역시 27만여 대에 달할 것으로 항만공사는 전망하고 있다. 인천항이 국내 최대의 중고차 수출항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거다. 이런 데는 산재해 있던 중고차 업체들이 2012년 송도유원지가 폐장되자 이곳으로 옮겨와 조성된 수출단지 덕분이다. 하지만,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에겐 환경 민원일 뿐이었다. 2015년엔 연수구가 행정대집행까지 시도했고,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 무산됐지만, 후유증은 컸다. 최근 1천350여 개 회원사를 둔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이 화성 또는 평택으로 수출단지(평택·당진으로 수출항) 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관계 기관에 전달한 거다.

그렇다고 정부와 인천항만공사가 뒷짐만 진 건 아니다. 2016년, 인천 남항에 중고차 물류클러스터 조성계획을 발표했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정체 상태다. 교통 혼잡, 환경 피해 등을 우려했다. 최근 인천항발전협의회와 상공회의소도 인천 내항 4부두를 대체부지로 제안하지만, 내항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GM이 올해 말 임대차 계약 만료로 4부두 KD센터(Knock Down, 자동차부품 포장수출 센터)를 떠나니 이곳에 중고차 수출전용단지를 만들자는 제안이었는데 말이다. 중고차 25만대가 빠지면 내항 전체물동량의 15%가 사라진다. 이럴 경우 정부의 강권으로 어렵사리 출범한 인천내항부두운영(주) 경영은 물론이고 항만 일자리와 연관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게 뻔하다.

이제 중고차 수출전용단지 대체부지 마련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최근 인천시는 “남항이든 내항이든 상관없이, 클러스터 조성의 필요성을 느끼기에 항만공사가 진행하면 찬성”하겠다고 한다. 다행이지만 답답하다. 민원과 지역경제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시도 현장에 뛰어들어 소통하면서 문제를 풀라는 거다. 중앙정치에 물들어 있는 시장 측근들도 철 지난 온라인 시민청원이나 탁상머리 공론화위원회에 걸맞을 현안만 쫓지 말고 지역 현안에 천착해야 한다. 올해 말까지 대체부지 마련에 실패하면 소통·협치를 강조해온 민선 7기 시정도 힘겨워진다는 위기의식으로 대응할 때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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