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일본의 도쿄지검 특수부는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회장(프랑스의 르노자동차 회장 겸무)을 금융상품거래법 위반(유가증권보고서의 허위기재) 혐의로 체포했다. 곤 회장은 2011년 3월기부터 2015년 3월기까지(5년분)의 임원 보수 약 100억 엔(약 1천억 원) 중에서 유가증권보고서에는 약 절반 정도(약 50억 엔)로 보수를 축소해 허위기재한 용의를 받고 있다. 한편, 유가증권보고서의 허위 기재에 대한 책임이 곤 회장 개인에게만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에서는 곤 회장의 체포와 관련해, 도쿄지검특수부와 닛산 집행임원들 간에 수사에 협조하는 대신에 형사처분을 경감하는 합의(이른바 ‘사법 거래’)를 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아직 닛산자동차가 법인으로서의 책임을 추궁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번 곤 회장의 체포 직후인 11월 22일 닛산자동차는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체포된 곤 회장의 회장직을 해임하고, 대표권도 회수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번 곤 회장의 체포와 그 이후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르노자동차와 닛산자동차의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거품경제의 붕괴 이후 경영위기에 직면했던 닛산은 르노와 자본 제휴 등을 통해 르노-닛산 동맹을 체결했다. 명목상 양자 관계는 동맹이다.
다만 르노는 닛산의 43.4%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며, 닛산자동차는 르노자동차의 주식을 15% 보유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양자는 주식을 상호보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르노가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닛산이 가진 르노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즉 닛산은 실질적으로 르노 지배하에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닛산은 자동차 판매 대수나 수익 면에서 르노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배당을 통해 르노의 이익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15%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통해, 르노 자동차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닛산-르노 자동차의 연합은 국경을 넘는 자동차 회사 간의 성공적인 기업연합 모델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는데, 사실 그 이면에는 양자 간에 적지 않은 갈등 요인이 존재한다. 르노의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는 닛산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곤 회장은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에 관해서 닛산 내부에서는 닛산자동차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에 대해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곤 회장의 체포로 인해, 기존 르노-닛산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이번 곤 회장의 체포에 대해 프랑스와 일본의 양국 정부는 “닛산과 르노 연합의 협력관계 유지를 양국 정부는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이미 르노와 닛산은 부품의 공통화를 상당 부분 추진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한다면, 적어도 단기적으로 르노-닛산 동맹이 완전히 해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러나 닛산과 르노 간의 불평등한 관계에 대해 닛산 내부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 아래에서 일본의 경제산업성(산업정책을 관할하는 중앙정부조직) 등 일본 정부 내에서 “일본 자동차 회사를 지키자”는 논리가 고조되면 일본 정부가 닛산의 독립성 강화를 도모할 가능성도 있다. 향후에 국경을 넘은 다양한 형태의 기업 간 제휴 등이 증가할수록 국가 간의 협력관계가 증진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지만, 자국우선주의로 인해 기업 간 갈등이 국가 간 갈등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점차 기업에는 국적이 없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의 국적은 국가 간 마찰을 가져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박성빈 아주대 국제학부장·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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