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현금 없는 경기도 버스

세계가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길거리 노점상에서도 현금 대신 휴대전화로 결제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 현금 없는 사회가 멀어 보이지 않는다. IT 강국인 우리나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신용카드, 직불카드, 모바일 결제 서비스 등을 통해 온종일 현금 없이 지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2020년 ‘동전 없는 사회’를 목표로 지난해 4월부터 대형상점과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을 버스카드에 충전해주는 시범사업을 시작함으로써 현금 없애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에 발맞춰 경기도 버스에서도 현금을 몰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즉, 버스 내에 설치한 현금 수납기(돈통)를 없애자는 것이다. 교통카드(일회용 포함)로 일원화된 지하철과 전철은 이미 현금 사용이 불가능하며, 2016년 기준 95.5%에 달한 경기도 버스의 교통카드 이용률은 버스 역시 현금 지불을 허용하지 않아도 됨을 의미한다.

버스의 현금 수납을 없애는 것은 3가지 측면에서 매우 시급하다. 첫째, 버스 운전기사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요금 수납은 운전기사의 업무 피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일부에 불과한 현금 지불 승객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응대하다 보면 승객들의 승하차 안전을 놓치기 쉽고, 잠깐의 운전 휴식도 챙길 수 없다. 둘째, 버스 운영 수지를 개선한다. 평균 3만 원의 현금이 비치된 현금 수납기는 운행 종료 후에 차고지와 수금실을 통해 현금 분류와 정산을 거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현금 수납기의 관리운영비가 연간 84만 원에 달하며 이는 경기도 시내버스의 현금수입금 630만 원의 13.3% 수준이다. 교통카드 이용 수수료가 1.9%인 것을 생각하면 대다수의 교통카드 승객이 일부 현금승객에게 보조금을 지불하는 격이다. 셋째, 버스 운전기사에게 부여된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한다. 버스 운전기사는 매일 12㎏이 넘는 현금 수납기를 운반하고 동시에 버스업체로부터 현금관리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버스 운전이라는 본업과 무관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다.

경기도 버스에서의 현금 수납 전면 폐지에 대한 유일한 염려는 교통카드 이용이 어려울 수 있는 계층이다. 그러나 경기연구원에서 발표한 경기도 시내버스 현금이용자에 대한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안심이 된다. 현금이용자가 교통카드 구매 및 이용이 불편한 노년층에 집중돼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전 연령대와 전 시간대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이는 현금이용자가 노인 등 특정계층에 집중돼 있지 않고 단순히 버스 이용 빈도가 낮은 승객들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노인들의 높은 카드 이용률은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경기도에서 무료로 발급하는 ‘경기도 우대용 교통카드(G-Pass)’의 성공적인 보급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정류장과 차 내에 교통카드 판매기와 충전기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람직하다.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논의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됐으며, 현존하는 문제점과 잠재적 위험들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다. 우리 사회가 ‘현금 없는 사회’로 진보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현금 없는 경기도 버스’ 정책은 공공성과 함께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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