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1101호 아저씨

층간소음 갈등 해결 이웃 간의 소통·배려

1101호 아저씨

              - 최중녀

딩동딩동

밤늦게

인터폰으로 찾아 온

1101호 아저씨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어요

엄마는

인터폰 속 아저씨께

연신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연년생 아들이라

그 이후

인터폰은 울리지 않았고

우리는

1101호 아저씨를 만나면

90도로 인사한다.

1101호 아저씨

개인주택이 수평적 관계로 이웃과 연결돼 있다고 한다면 아파트는 수직관계로 이웃과 연결돼 있다. 여기에다 서로 등까지 붙다 보니 미세한 움직임조차도 전파되고 느끼게 된다. 이 ‘1101호 아저씨’는 아파트 위층과 아래층의 소음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눈여겨 볼 것은 대화를 통해 서로 소통하며 관계하는 해결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두 아들을 둔 1201호 엄마는 전전긍긍하며 산다. 그러다가 마침내 아래층 아저씨의 호된 항의를 받는다. 갑자기 엄마는 죄인이 되고 사정사정 애결을 한다. ‘-죄송합니다/-연년생 아들이라’ 미소를 짓게 하는 건 1101호 아저씨의 태도다. 아저씨는 그 이후부터 인터폰을 울리지 않는다. 이에 두 아들은 1101호 아저씨를 만나기만 하면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를 한다. 이 얼마나 보기 좋은 풍경인가. 최근 들어 층간 소음 문제로 이웃 간의 불화가 끔찍한 사건까지 낳는 현실을 볼 때 이 동시는 마치 한 송이 꽃처럼 신선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도 우리들이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 가를 보여주는 삶의 본보기이기도 하다. 서로를 배려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주는 사회. 잘 산다는 게 뭔지, 그 해답이 이 시에 담겨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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