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찬동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

“수원의 역사·문화 콘텐츠 담아 누구나 즐기는 열린 미술관 조성”

 

수원은 오래 전부터 정조대왕, 화성행궁, 효(孝) 등으로 대변할 수 있는 역사ㆍ문화적 요소를 통해 ‘문화도시’ 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쌓아왔다. 문화의 한 요소인 ‘미술’도 마찬가지로 역사 속 인물인 나혜석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는 물론 방화수류정 및 사대문 등 수원화성과 연계한 작품을 꾸준히 생산해왔다. 미술 콘텐츠를 다방면으로 발전시키고자 수원시는 지난 7월30일 김찬동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을 임명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그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 큐레이터를 거쳐 아르코미술관 관장ㆍ한국문화예술위원회 미술전문위원ㆍ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ㆍ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ㆍ2016 부산비엔날레 큐레이터 등 요직을 역임한 인물로 그간 공무원들의 순환보직이었던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에 처음으로 ‘미술 전문가’ 가 취임한 케이스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그는 과거 1990년대 초반까지는 작가로 활동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작품 활동과 미술행정, 미술정책, 큐레이터, 비평활동, 미술관제도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 도가 텄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소장은 “생동감이 넘치면서도 차분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 문화를 조성하겠다”며 “향후 2년 간의 임기 동안 도내 청년작가 육성 및 교육은 물론 지역연계 전시 개최 등 각종 안건을 현명히 해결해 나가겠다” 라고 포부를 밝혔다.

Q 반년 넘게 공석이던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 자리에 지난 7월30일 취임했다. 취임 이후 100일이 갓 지났는데 그간의 소회는.

A 수원시가 의욕을 갖고 미술관 직제를 개편하고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신뢰를 주셔서 감사함과 부담이 공존하고 있다. 과거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으로 재직한 바 있어 공공기관이 낯설지 않아 지난 100일 동안 업무 파악, 분위기 적응, 새로운 프로모션 개발 등에 중점을 뒀다. 현재는 내년도 사업 및 전시 계획을 짜고 있는 상황으로 그간 파악해 온 전시와 수원시민의 문화 인식 등을 고려해 건실한 프로그램으로 찾아뵙겠다.

Q 취임 이후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에서 <안녕하신가영> 展이 스타트를 끊었으며 카자흐스탄 작가들과의 <유라시아 유토피아> 연계전도 앞두고 있다.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전시관은.

A 미술관이 반드시 조용하고 정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안녕하신가영 展을 통해 도내 젊은 작가들의 젊은 감성과 활기찬 생동감을 미술관 안팎으로 전파할 수 있어 의미가 깊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미술 및 전시 분야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번 카자흐스탄 작가들과의 연계전을 추진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간의 전시 문화가 미국, 유럽 등 서양 문화권에 집중됐다” 라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외국과의 교류전을 열어 유명 작가를 초청할 때 우리가 그간 조명하지 않았던 인도나 중앙 아시아 등의 미술을 소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자흐스탄 얘기를 이어나가자면 이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크로드로 대변할 수 있는 중앙 아시아 문화권에서 주류 국가이며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로부터 독립된 이후 꾸준히 자신들의 전통 예술을 현대식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건실하게 연구하고 있어 이를 국내에 소개하고자 한다. 이외에도 한국미술 혹은 수원미술의 정체성을 대외적으로 부각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원은 화성행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전통문화, 삼성전자로 대변할 수 있는 지역 내 기반이 탄탄한 기업, 나혜석이라는 여성주의 작가 등 지역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어 이를 복합적으로 연결한 정체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Q 그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 큐레이터, 아르코미술관 관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미술전문위원,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 2016 부산비엔날레 큐레이터 등을 역임했다. 그간의 일들과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직을 비교하면 어떤 점이 차별화되는지.

A 큰 틀에서는 큐레이팅에 대한 전문역량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업무를 대하는 시각이나 추진 방법은 상이하게 다르다.

큐레이터 시절에는 단위 전시에 대한 수준과 완성도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면 됐다.

하지만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이라는 위치는 수원이 갖고 있는 지역적 특색과 수원 미술계가 갖고 있는 생각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고려한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이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야를 넓히고 귀를 더 크게 벌려야 하는 위치다. 가장 중요한 건 해석이다. 수원이 갖고 있는 요소 중 전시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은 상당히 많지만 이를 현대적으로 다시 재가공해야한다. 이를 위해 수원 내에 있는 작가들과의 협업에 있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미술관 내 각기 다른 요소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중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Q 수원은 문화의 도시, 관광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시선은 전통문화 관광에만 쏠려있다. 현대 전시 및 도내 청년작가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집중시킬 계획인지.

A 전통문화 관광에만 관심이 쏠리는 이유로 사람들이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느끼는 점을 지목한다.

모든 학문이나 지식이 그러하듯 어려우면 흥미를 잃고 멀리하기 마련인데 특히 현대미술은 공연과 달리 서술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

이를 위해 관객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고 특히 미술관 방문 시 작품에 대한 해설과 체험프로그램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미술 영역이외에도 다양한 공연이나 융복합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에 대한 친화력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인력이 에듀케이터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역량있는 인재로 육성하는데 초점을 두겠다. 도내 청년작가에 대한 관심을 고양시키기에 앞서 이들의 성장을 촉진하는게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들에 대한 평생교육 지원은 물론 지역 작가 및 협회와의 연계전 개최를 통해 이들에게 사람들의 관심 뿐만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하고자 한다.

Q 향후 임기 동안의 구체적인 계획과 꼭 해내고 싶은 과업이 궁금하다.

A 수원시립미술관의 전시는 크게 5개 정도의 범주를 가지고 운영하고자 한다. 수원의 역사문화적 속성으로부터 도출된 중심개념들로 △화성과 영ㆍ정조시대 조선의 르네상스기 시절 전통과 문화를 현대화하는 일 △한국최초의 여성화가이며 여성운동가였던 나혜석의 정신을 재해석하는 일 △그리고 삼성이라는 국제적 브랜드를 가진 도시로서 디지털을 기반으로한 융복합적 차원의 새로운 예술 추구 등이다.

세 개의 키워드들이 모두 새로움의 추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해당 키워드를 중심으로 수원과 경기남부 권역의 청년작가들을 발굴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수원미술의 역사를 발굴하는 작업, 수원이 가진 문화적 전통을 현대적으로 조명하는 작업, 여성주의 미술의 탐구, 다양한 융복합 매체를 통한 새로운 미술의 추구, 그리고 현대미술의 국제적 동향을 살피는 국제교류전 등이 준비 중에 있다. 특히 이번 <유라시아 유토피아>展을 기점으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국제적 트렌드를 갖춘 미술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집중할 예정이다.

Q 끝으로 수원시민 및 관광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시민과 관광객의 이해와 관심이 따라줘야 수원 미술이 살고 미술관사업소의 역할이 많아진다. 이를 위해 효과적인 홍보와 눈이 가는 전시가 전제되야 함을 잘 알고 있는만큼 현대적인 콘텐츠로 미술관을 방문해주시는 분들을 맞이하겠다. 향후 임기 동안 행정측면에서는 체계개편을 통한 효율성을, 전시측면에서는 눈이 가는 콘텐츠를 준비해 더욱 발전하는 미술관사업소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권오탁기자 /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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