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서 잇단 ‘주사후 사망’, 역학조사 필요하다

인천의 한 병원에서 수액 주사를 맞던 초등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11일 연수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장염 치료제를 섞은 수액 주사를 맞던 A군이 30여분 만에 의식을 잃어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군 시신 부검을 의뢰한 결과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발견할 수 없어 정밀 부검이 필요하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13일 밝혔다.

인천에선 최근 두달여 사이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숨진 사건이 4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9월 3일 남동구 한 의원에선 60대 여성 2명이 원기회복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마늘주사’를 맞은 뒤 패혈증 쇼크 증상을 보였고, 이 중 1명이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사인은 ‘세균성 패혈증’으로 알려졌다. 9월 13일 부평구 한 개인병원에선 50대 여성이 항생제와 위장약을 섞은 수액 주사를 맞고 심정지 증상을 보이다가 17분여 만에 숨졌다. 9월 26일에는 연수구 한 병원에서 가슴 통증과 설사, 복통 증상을 보이던 40대 남성이 주사를 맞은 뒤 2시간 30여분 만에 숨졌다.

경찰은 숨진 환자의 시신을 국과수에 부검 의뢰해 사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과수가 장기ㆍ유전자 검사 등 정밀한 부검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연이은 주사 사망사고에 21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에 나섰다. 병원 인력 등 지정 기준 이행 실태, 1회용 주사기 및 1회용품 재사용 여부, 의약품 및 의료용품 적정 관리 여부, 의료기구 등 소독 관리 기준 준수 여부, 의료폐기물 적정 관리 여부 등을 점검한다. 시는 패혈증 쇼크 사망 사건에 대해선 감염원인 경로를 확인 중이다. 보건당국도 역학조사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주사를 맞고 사망한 환자들은 주사를 맞은 병원과 주사제가 각각 다르다. 성별, 연령대도 상이하다. 이들 사고의 연관성은 없어보이지만, 단정지을 수는 없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정확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언제 어디서 이런 사건이 또 터질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국과수 부검 결과가 원인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과수는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는데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벌써 두달이 넘었다.

주사를 맞은 환자가 4명이나 숨진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 환자의 나이·성별 등이 모두 다른 만큼 보건당국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가 인천시 조사결과를 보고 역학조사 시행 여부 결정한다는데 너무 늦다. 사망 원인을 서둘러 밝혀내고 또 다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역학조사를 늦출 이유가 없다. 당장 주사를 맞아야 하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역학조사를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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